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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취 감춘 증권사 ‘1조 클럽’, 중소형사는 된서리…주가는 왜 오르나 [투자360]
메리츠증권만 나홀로 1조 클럽 등극
빅 5 영업이익 전년도 대비 반토막
STO·가상자산 호재 영향…주가는 랠리
[123rf, 각사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권사들에겐 지난해는 암울했다. 메리츠증권만이 유일한 영업이익 ‘1조(兆) 클럽’ 멤버로 이름을 올린 반면, 2021년 ‘1조 클럽’에 가입했던 5곳 대형 증권사(미래에셋·삼성·NH투자·한국투자·키움증권)들은 모두 타이틀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형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은 고사하고 무려 97%까지 감소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어닝 쇼크’를 비웃기라도 한 듯 증권주(株) 주가는 새해 들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메리츠증권, ‘빅 5’ 제치고 나 홀로 ‘1조 클럽’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 증권 지수 구성 종목 등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급감했다.

일명 ‘빅(Big) 5’로 불리는 증권사들 가운데 최근 잠정 실적치를 발표한 미래에셋증권(영업이익 8459억원), 삼성증권(5786억원), NH투자증권(5214억원)은 모두 이익 규모가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아직 잠정 실적치를 발표하지 않은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와 키움증권의 영업이익 역시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각각 8260억원, 6815억원으로 각각 전년과 비교했을 때 45.69%, 43.6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저조한 실적이 예견됐던 중소형사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더 심각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영업이익 증감률이 각각 -26.77%, -33.27%를 기록한 현대차증권(1146억원)과 다올투자증권(985억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양증권(372억원)과 한화투자증권(438억원)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7.99%, 79.02%나 줄었고, SK증권(15억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97.05%나 급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거래량 급감 등 증권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 폭풍이 남긴 상처와 흉터는 그만큼 깊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홀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 새롭게 ‘1조 클럽’에 등극한 메리츠증권(1조925억원)의 선전은 더 눈에 띄었다. 영업이익은 물론 세전이익·당기순이익까지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성장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증권사 중 부동산 PF 사업에 가장 빨리 진출했던 메리츠증권은 그동안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순위 위주 투자 ▷우량 사업장 위주 선별 투자 등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지난해 부동산 PF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수익성을 높였다”며 “기업금융(IB) 부문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ales&Trading) 부문에서도 호실적을 거둔 결과”라고 설명했다.

‘KRX 증권’ 지수 연초 랠리…STO·가상자산 호재 영향

최근 증권사들이 줄지어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주가는 연초부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종가 기준 ‘KRX 증권’ 지수는 635.13으로 지난달 2일 540.14 대비 17.6%나 상승했다.

지난달 2일 종가 대비 지난 3일 기준 회사별 주가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46.8%를 기록한 SK증권이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증권형토큰(STO)을 제도권으로 편입한 가운데,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대신증권(주가수익률 10.7%) 역시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 인수를 추진 중이다.

46.2%의 주가수익률을 올린 한화투자증권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의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연초 늘어난 거래대금에 대한 수수료 수익 회복도 증권 업계 전반의 주가수익률 증가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간 수익 구조 다변화, 자기자본 확대 등으로 기초 체력을 올린 만큼 올해 증권사 실적이 과거 경제 위기 때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가 상승세 둔화로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연내 마무리되고, 기업 실적 조정 선반영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증권 업황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며 느린 회복 속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주 상승세는 배당락 이전 수준으로의 되돌림이며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증권사의 원활한 단기자금 조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긍정적인 뉴스지만 부동산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시기 상조”라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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