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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청년 울린 ‘빌라왕’들[도둑위키]
1139채 빌라왕 김씨 사망 계기로 드러나
집값 하락세 속 깡통전세 피해자 양산
경찰 특별단속에 1941명 검거

▶개요=자기 자본 없이 보증금으로만, 즉 ‘무자본 갭투기’로 많게는 수천채에 이르는 깡통주택을 사들인 뒤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들에게 붙은 이름. 이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많은 깡통전세 피해자를 양산하게 됐다.

▶상황=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동안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로 1941명에 이르는 사기 일당을 검거하고 이중 16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층을 타깃으로 주로 삼아왔다.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기준으로 피해자 1207명 중 602명(49.9%)이 2030세대였다. 전체 피해금액은 2335억원에 달했다.

범행 수법으로는 ‘바지 임대인’을 내세운 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구속된 인원들 중엔 무자본 갭투자 조직 6개가 포함됐다. 부동산 컨설팅업체가 사기를 주도하고, 명의를 빌려준 가짜 임대인에겐 수당을 지급하는 식이다.

정부 대책도 나왔다. 국토부 등 관계부처가 지난 2일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집값이 3억이라면 전세금이 2억7000만원 이하여야 가입이 허용되는 것이다. 보증보험에 가입되니 안심하라며 세입자와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빼돌린 사례를 방지하는 차원이다.

▶등장인물

▷빌라왕 정모씨 배후 신모씨=서울 강서·양천구 일대에서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제주에서 숨진 빌라왕 정모씨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는 인물.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자신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 집주인’을 여러 명 두고,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무자본 갭투기란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수법이다.

▷빌라왕 강모씨=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사기’로 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인물.

강씨와 공모한 공인중개사, 공인중개사의 동업자 일당은 2015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건축주 등으로부터 1채당 평균 500만~1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아무런 자본 없이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입하고 임대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8명, 피해 금액은 총 31억6800만원이다.

이들 일당은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으면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보증금 돌려막기’로 연연하다 피해를 키웠다. 공인중개사들 역시 강씨가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강씨에게 임대사업을 권유했다.

▷빌라왕 김모씨=서울 강서구와 인천 일대에서 1139채에 달하는 빌라·오피스텔을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지난해 10월 숨진 채 발견된 인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함에 가입한 피해자 656명 중 절반가량이 대위변제를 받았다. 그러나 보증보험 미가입자는 직접 경매를 통해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

▶정부의 대응=검찰은 지난달 12일 오후 빌라왕 신씨에 대해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당국은 신씨가 정씨 외에도 다른 여러 빌라왕의 배후인 사실을 확인했다. 빌라왕 강모씨도 지난달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전세사기전담수사팀이 강모(55)씨를 구속 기소했다. 수사당국은 빌라왕 김시와 공범 16명을 확인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등은 지난 2일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현행 전세가격이 주택 매매가격의 90%이하만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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