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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착같이 버스 타야” 택시비 인상하자 출근길엔 온통 ‘빈 택시’
서울 기본요금 3800→4800원 인상
첫날 출근길 손님 줄어
“콜 절반으로 뚝 떨어져”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박지영 기자] # 1일 오전 7시 서울 은평구에서 영업을 시작한 10년차 택시기사 이모(69) 씨. 1시간 반 동안 손님을 딱 1명 태웠다. 이씨는 “요금이 인상되니 택시 호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어제 아침만 해도 9시까지 4명을 태웠다”며 “집에서 역으로 가는 단거리 손님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 오른 첫날인 이날 아침, 출근길 손님의 ‘콜’로 시끄러워야 할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은 조용했다. 지난해 12월 심야택시 요금 할증료율에 이어 기본요금까지 오르면서 시민의 지갑이 닫히는 모습이다. 택시기사들은 승객 감소를 예상했다면서도 수요 위축이 장기화될까 우려 중이다.

1일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 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르고, 기본거리는 2㎞에서 1.6㎞로 400m 줄었다.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 기준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오전 8시경 마포구 기사식당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0)씨는 아침 내내 손님을 못 받았다. 김씨는 “경험적으로 요금이 오르면 손님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심야 할증이 비싸니 돈 되는 야간근무를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만난 이씨 또한 근무 시간 변경을 고려 중이다. 이씨는 “몸이 힘들어 심야 근무는 피했는데, 할증이 높은 밤 시간대에 일해야 하나 싶다”면서도 “지난달 하루 해보니 심야도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에 불만을 표출하는 기사도 있다. 대형택시 기사 한모(75)씨는 “대형택시는 기본 요금이 500원 오르고, 주행 요금(거리·시간 요금)은 그대로라 딱히 체감이 안된다”며 “오히려 기본 요금이 올랐다고 손님들이 팁을 안 줄까 걱정이다. 강남 유흥가나 공항 손님은 잔돈 가지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못 받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모범·대형택시는 기본요금이 3㎞당 6500원에서 7000원으로 500원 올랐다.

택시비가 부담스러운 시민들은 아침부터 바쁘게 지하철 역이나 버스정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포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윤수(24)씨는 “직장이 은평구라 지각할 것 같으면 택시를 탔다. 5000원 정도만 내면 돼서 자주 탔던 편”이라며 “기본 요금에 주행 요금도 올라서 부담스러워졌다. 이제 ‘악착같이’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려는데 마음처럼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일시적인 수요 위축은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수요가 줄어도 운행 당 평균 단가가 오르기 때문에 수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택시조합 관계자는 “택시 요금 인상을 바란 기사님들이 워낙 많아 업계 반응은 좋은 편”이라며 “다만 시행 초기 ‘보릿고개’는 감안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입이 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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