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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폐지줍는 노인들, 피 튀기며 주먹다툼 왜?
“2000원어치 훔쳐갔다” 주먹질에 경찰서행
단가하락에 생활고, 경쟁마저 치열 ‘어두운 민낯’
하루 8시간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만원도 안돼
30일 오전 9시40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한 주택가 골목에서 엎치락뒤치락 큰 싸움이 벌어졌다. 모아둔 폐지 한 무더기와 공병 몇 개를 훔쳐갔다는 이유에서다. 폭행이 심해지자 시민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시방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는가. 며칠째 고생해서 모아둔 빈 병과 폐지를 저X이 몽땅 훔쳐갔단 말이여. 이번이 처음도 아니여.”

“임자가 없는 줄 알았제. 모르고 가져갔다고 사과했는데도 사람을 이렇게 때리면 쓰는가? 저런 X은 콩밥을 먹어야 안 허요.”

30일 오전 9시 40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한 주택가 골목에서는 엎치락뒤치락 큰 싸움이 벌어졌다. 모아둔 폐지 한 무더기와 공병 몇 개를 훔쳐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은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2000원 남짓이다.

‘분기탱천(憤氣撑天).’

폐지수거를 놓고 70대 고령자들이 선혈이 낭자한 주먹다툼을 벌였다. 사건은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진정됐다. 서인주 기자

70대 노인들은 험한 말다툼 끝에 주먹과 빈 병이 든 자루까지 서로에게 휘둘렀다. 격렬한 싸움은 10분 넘게 이어졌고 결국 한 사람의 눈가와 입안에선 선혈이 흘렀다.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에 길을 걷던 20대 여성이 팔을 걷고 싸움을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노인들의 분노와 흥분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장정 3명이 붙어 싸움을 말렸고 경찰과 소방구조대가 출동한 다음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담배를 꺼내 든 노인의 손가락은 심하게 떨렸다.

결국 싸움은 경찰이 출동한 다음에 진정됐다. 안타깝지만 노인들은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서인주 기자

고령층 노인들이 한겨울 폐지를 둘러싸고 주먹다툼까지 벌이는 촌극이 발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폐지 단가가 하락하면서 하루벌이 1만원도 안 되는 폐지수거시장에 경쟁이 가열되면서 나타난 단면이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 최저 폐지 단가 보장과 같은 사회안전망 확충이 요구되고 있다.

30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폐지수집 노인 실태에 관한 기초연구’(2018년)에 따르면 폐지수집 노인 가운데 70대 이상은 77.5%로 조사됐다. 이는 추정치일 뿐 폐지수집 노인 전체 규모는 정확한 공식 집계는 없다. 독거노인 등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상당수가 비경제활동인구다 보니 대한민국의 취약한 노후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현재 폐지 가격은 반 토막 수준이다.

노인들의 폐지수거용 자전거가 쓸쓸히 서 있다. 서인주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로 종이 수요가 줄면서 폐지 가격 역시 2021년 12월 ㎏당 142원에서 지난달 ㎏당 85원으로 40%가량 줄었다. 실제 폐지 80㎏을 모으면 4000원가량이 쥐어진다. 하루 8시간 꼬박 폐지를 주워도 한 달 수입 20만원 마련도 힘겨운 상태다.

별다른 생산수단이 없는 고령자들은 결국 폐지수거를 위해 거리를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A씨는 “안타깝지만 사건이 접수된 만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폐지나 고철과 관련해서 도난 신고는 가끔 들어오지만 폭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차 2대와 구급차 1대가 출동했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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