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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 - 지프 그랜드 체로키] ‘높은 지상고’ 눈길도 거뜬…안전하고 세련된 오프로더를 찾는다면
HUD・나파시트 등 편의사양 다 갖춘 오버랜드
유려해진 외관 디자인에 전장은 4900㎜ 달해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완성도 ‘굿’
5단계 지상고 산길도 가뿐…겨울에 더 어울려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정찬수 기자]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를 마주하기 하루 전까지 서울에는 이틀에 걸쳐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3㎝ 정도였지만, 매서운 바람과 영하의 기온은 통행량이 적은 도로를 빙판으로 만들었다. 사륜구동 오프로더를 시험하기에 적당한 기온과 환경이었다. 일반도로를 비롯해 굴곡진 험로를 달릴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의 81년 역사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대표적인 모델이다. 199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1세대가 공개된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시승차는 5세대 모델로, 오버랜드 트림이다. HUD(헤드업디스플레이)와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19-스피커 프리미엄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 나파 가죽시트 등 다양한 편의사양이 리미티드 트림과 달리 모두 포함됐다. 가격은 리미티드가 8550만원, 시승차인 오버랜드가 9350만원이다.

이전 세대와 가장 큰 차이는 디자인이다. 다소 투박했던 모습에서 정장을 갖춰 입은 정갈함이 돋보인다. 다르게 말하면 ‘현대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얇은 헤드라이트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도 매력적이다. 넓고 두툼한 창은 빛을 최대한 받아들여 실내를 더 따뜻하게 했다. 지프의 상징인 세븐-슬롯 그릴도 새롭게 변경됐다.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측면. 디자인 요소를 절제하면서 창을 키웠다. [정찬수 기자]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후면. 얇은 후미등이 가로로 더 넓게 보이는 효과를 낸다. [정찬수 기자]

전장은 4900㎜에 달한다. 전폭과 전고는 각각 1975㎜, 1795㎜다. 3열 구성의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보다 전폭은 5㎜ 넓고, 전고가 5㎜ 낮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965㎜에 달한다. 3열 공간 비우면서 2열 무릎공간은 물론, 짐을 싣기에도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실내 곳곳의 소재는 더 고급스러워졌다. 가죽과 나무 무늬를 살린 구성이지만, 젊은 느낌이 강하다. 손에 닿는 모든 부분의 질감도 훌륭하다. 맞춤형 LED 조명은 은은하다.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에서 유명한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강력한 출력은 기본이다. 또렷한 해상도가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1열에서 보이는 트위터의 디자인도 만족감을 높이는 요소다.

다소 뻑뻑한 운전대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물리 버튼은 단점이다. 우선 운전대는 국산차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그리고 회전 반경이 클 수록 팔에 힘을 줘야 한다. 노약자나 여성에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자주 사용하는 버튼은 액정 아래에 배치했다. 뒷유리 열선이나 시트 공조를 조절하려면 손을 뻗는 동시에 시선이 아래로 향할 수밖에 없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도 조절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공조 메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시선이 분산되는 건 마찬가지다.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지만,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하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3.6ℓ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발을 맞춘다. 꼼꼼하게 채워진 내부가 돋보인다. [정찬수 기자]
운전대는 생각보다 크고 단단하다. 체격이 작거나 손에 힘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시승이 필수다. [정찬수 기자]

파워트레인은 강력하다. 3.6ℓ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경량화 흐름을 거스르는 전통적인 구성이다. 그만큼 묵직한 힘을 자랑한다. 최고출력은 286마력, 최대토크는 35.1㎏.m다. 8단 자동변속기는 운전모드를 바꾸지 않는다면 낮은 RPM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변속 타이밍은 적절하고, 진동은 극도로 억제됐다. 지프의 이전 모델과 달리 운전대를 돌리는 만큼 조향이 정확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속도로에서 직진성도 돋보였다.

지상고는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변속레버 옆에 있는 조작부로 쉽게 바꿀 수 있다.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팔뚝만 한 나무통쯤은 가볍게 넘어간다. 곳곳이 파이고 깎여 예측하기 어려운 산길에서도 지상고를 높이면 재밌는 오프로드 경험이 된다. 일반도로로 내려와 속도를 높이면 서스펜션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구동계에 신경 쓰기 싫다면 드라이브 모드를 ‘오토’로 설정하면 그만이다. 적절한 지상고와 서스펜션의 탄성을 알아서 찾는다. 생각보다 똑똑하다. 오프로더의 자존심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지프의 저력이 느껴진다.

지프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트림에 따라 ‘쿼드라 트랙’ 버전으로 구분했다. 시승차엔 전자식 세미-액티브 댐핑 기능이 장착된 ‘쿼드라 리프트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험로를 찾지 않아도 일상 도로에서 조금 더 푹신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허둥대지 않으며, 요철을 지날 때도 불쾌하지 않다. 널찍한 시트를 둘러싼 나파 가죽이 몸을 잡고 놓지 않는다. 조용하게 달릴 때는 마치 소파 같다.

적재공간 아래에는 예비 타이어가 있다. 2열의 넓은 공간은 물론 짐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 [정찬수 기자]
USB 타입별로 충전단자를 준비한 센스가 돋보인다. 스마트기기가 방전될 걱정은 없겠다. [정찬수 기자]

다만 높은 차체 탓에 곡선 주행에서 쏠림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스포츠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순간 가속력은 발군이다. 2.5t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속페달의 깊이에 따라 무섭게 치고 나간다. 연비는 감수해야 한다. 고속도로와 도심을 오가며 200㎞를 달린 이후 측정한 연비는 7㎞/ℓ를 밑돌았다. 공인 표준 연비(7.4㎞/ℓ)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립 완성도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좋은 구성에 훌륭한 소재를 썼지만, 주행 중 알 수 없는 잡음이 감지됐다. 또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을 탑재했지만, 차선 유지 기능이 빠졌다. 최신 시스템이 적용된 HUD의 디자인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입맛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작은 부분까지 결점을 없애야 한다. 고가의 자동차라면 더 그렇다.

소소한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지프가 ‘칼을 갈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훌륭한 주행 질감과 승차감, 다양한 편의사양 등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개선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SUV가 대세가 된 지금, 하이브리드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속까지 ‘오프로더’의 자질을 갖춘 모델을 찾는다면, 또는 안전하고 넓은 패밀리용 SUV를 찾는다면 ‘올 뉴 그랜드 체로키’가 제격이다. 지프라는 브랜드가 지닌 ‘감성적인 매력 포인트’ 역시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후보를 제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은 보는 재미도, 듣는 재미도 있다. 타격감이 물론, 풍성함이 일품이다. [정찬수 기자]
360도 서라운드 뷰 모니터. 덩치(?)의 주차 스트레스를 조금은 줄일 수 있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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