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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전 적자 18조원·가스공사 미수금 9조원 VS 들끓은 민심…공공요금 딜레마
김종갑 전 한전 사장, 2018년부터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 요금 현실화 주장
물가당국인 기재부 줄곧 인상 반대…책임론 제기
“공공요금, 표퓰리즘영역에서 벗어나야”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 관리비 열요금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열요금은 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요금이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기록적인 한파에 난방비 폭탄으로 민심이 들끓자 윤석열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난방비로 기업을 영위하고 적정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파산 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성난 민심을 감안할 경우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과 선거 이슈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요인이 있었는데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바람에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표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서 벗어나 적정한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을 통해 왜곡된 가격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7일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2023년도 한국전력 예산 세부 내역 및 산출 방법’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지출 예산은 100조6492억원인데 비해, 올해 전기 판매액은 82조5652억원(판매량 55만7778GWh)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지출 대비 전기 판매액이 18조840억원 적다. 한전 매출의 97%(2021년 기준)는 전기 판매에서 나온다. 지금 상황이라면 올해도 18조원 안팎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예산을 짜면서 원/달러 환율을 1370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유연탄은 t당 295달러로 예상했다. 현재 환율은 달러당 1230원대,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한전 전망치보다 낮지만 발전 연료인 유연탄은 t당 350달러 수준으로 한전 예상치보다 18%가량 높다. 자칫하면 한전의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한전은 1961년 창립 이후 61년만에 최대 규모인 30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태에서 올해도 20조원가량 적자가 예고된 셈이다. 민간기업이라면 파산상황까지 다다른 것이다.

2018년 7월1일 김종갑 전 한국전력 사장 페이스북 캡쳐화면

김종갑 전 한전사장은 재직시절인 2018년 7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다”면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한 바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를 수입해 전기를 만드는 한전의 역할을 두부 공장에 빗댄 것이다.

김 전 사장을 비롯한 에너지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줄곧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으나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전은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2021년 2분기 76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6분기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당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졌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재부도 지금 상황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감사원에서 전기요금 동결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가스공사 재무구조도 한전과 마찬가지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사의 부채비율은 500% 수준에 미수금(영업적자)은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했으나 2분기 가스요금 인상안은 가스공사의 정확한 재무 상태와 국내외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3월 결정할 예정이다.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은 최근 1년 동안 각각 38.4%, 37.8% 올랐으나 올 겨울철에 강력해진 한파로 난방 수요가 대폭 늘면서 실질 인상 폭이 커진 상황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가스요금이 전혀 오르지 않아 안타깝다”며 “(공사의 누적 미수금은) 결국 국민이 다 갚아야 하는 구조로, (미수금 해소가) 빠르면 빠를수록 비용이 낮아진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요금 동결은 당장 좋은 일 같지만 결국 국민 부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이 떠안긴 적자는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차기 정권과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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