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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억 빌라 700만원 땡처리 경매에도 임차보증금 남는 돈 없어
깡통전세 세입자 전세금 반환소송
위반건축물 탓에 유찰만 16차례
낙찰 가능성 0...직접 낙찰받아야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헤럴드DB]

#. 서울 금천구에 사는 A씨는 2년 10개월째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생각만 하면 숨이 턱 막힌다. 2018년 3월 독산동의 한 빌라에 보증금 2억4500만원 전세로 들어간 A씨는 2년 계약이 종료될 때쯤 집주인 B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당장 돌려줄 돈이 없다”였다.

돈이 없다는 B씨는 세금 체납자다. A씨가 살고 있던 B씨 소유의 빌라도 이미 전세계약 종료일 두 달 전인 2020년 1월 광주세무서로부터 압류된 상황이었다. A씨는 우선 계약종료 후 해당 빌라의 점유권을 잃지 않기 위해 같은 해 4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부터 마쳤다. 임차권등기가 있어야 법적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찾다 결국 B씨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A씨는 2억4500만원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강제경매’를 택했다. 2020년 11월 말 법원에 직접 강제경매 신청을 했다. 그런 와중에 B씨의 세금 미납으로 금천구도 11월 초 해당 빌라에 압류를 걸었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감정가가 전세 보증금보다 낮았다. 경매를 위해 산정된 빌라 감정가는 2억100만원. 감정가 그대로 낙찰이 돼도 즉 낙찰률이 100%가 되더라도, A씨의 보증금 2억4500만원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문제가 또 있다. 현행법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이 우선 변제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B씨의 세금 체납액이 A씨의 보증금보다 낙찰액에서 먼저 빠진다. 그것까지 고려한다면 A씨가 받게 될 금액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또, 경매이행비용까지 제하면 A씨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더더욱 낮아진다.

그럼에도 A씨는 애타는 마음으로 입찰자를 기다렸지만 1차 경매가 유찰된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총 15번 유찰됐다. 2월 14일 16번째 경매가 진행된다. 그 사이 최저매각가격은 707만원까지 떨어졌다. 감정가의 4% 수준이다.

10여 차례 넘게 유찰될 수밖에 없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빌라는 지난 2018년 11월 구청으로부터 ‘위반건축물’로 지정됐다. 위반건축물로 지정되면 원상회복될 때까지 매년 건축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 빌라를 낙찰받는 사람은 A씨의 전세보증금과 원상회복 비용 등을 더하면 2억4500만원+α 가격으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시세보다도 높은 금액애 경매물건을 구매할 이유가 만무하다.

전문가들은 어느 누구도 이 빌라를 낙찰받지 않을 것이라 분석한다. 유일한 방법은 A씨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이 직접 빌라를 낙찰받는 대안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천구 빌라 사례는 전형적인 깡통전세로 낙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물건”이라며 “입찰자는 2억4500만원 이상을 주고 사는 건데 매매 시세가 이보다 낮으니 유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론적으로 이런 상황은 임차인들이 낙찰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임차인 입장에선 손해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위반건축물은 경매 물건 중 빈번한 편이라 권리관계에 문제만 없다면 낙찰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 낙찰을 해도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다. 빌라 같은 경우 아파트처럼 적정 시세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금천구 사례 같은 피해가 많다”고 했다.

A씨의 사례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자 여러 빌라 밀집 지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들의 체납으로 세입자들이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통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미납 세금 공매에 따른 임차보증금 미회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7월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약 122억원이었다. 작년 상반기만 집계해도 2021년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6600만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피해 보증금 액수는 지난 2017년 52억원, 2018년 68억원, 2019년 66억원, 2020년 69억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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