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경매에 오른 작품과 뒷면. [소더비 경매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의 헛간에서 새똥이 엉켜붙은 채 나온 유화 한 점이 17세기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1599~1641)의 진품으로 판명돼 감정가로 300만달러(약 37억원)를 책정 받았다.

이 작품은 오는 26일 뉴욕 소더비 경매를 앞둔 상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 유화는 17세기 후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뉴욕주에 만든 마을인 킨더훅의 헛간에서 2000년대 초에 발견됐다.

세로 95cm, 가로 58.5cm 크기의 이 그림에는 흰 수염을 가슴께까지 늘어뜨린 노인 모습이 담겼다. 제목으로는 '성 히에로니무스를 위한 습작'이란 말이 붙어 있다. 성 히에로니무스는 기독교의 4대 교부 중 한 명이다.

반 다이크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와 함께 플랑드르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루벤스 밑에서 그림을 그린 그는 찰스 1세와 영국 궁정 인물을 그리며 영국 궁중 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앞서 이 그림은 공무원이자 수집가였던 고(故) 앨버트 로버츠가 2002년에 600달러(약 75만원)를 내고 사들였다. 로버츠는 이 그림의 유래를 추적하던 중 1618~1620년에 완성된 '성 히에로니무스와 천사'를 위해 반 다이크가 그린 습작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반 다이크 전문가인 미술사학자 수전 반스는 이 그림을 감정하고 드물게 현존하는 반 다이크의 실물 습작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로버츠는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은 로버츠의 유산 중 하나로 경매에 올랐다.

이 작품이 어떻게 뉴욕주까지 오게 됐는지 경로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작품이 예상 못한 장소에서 나오는 일이 적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2014년에는 이탈리아 출신 바로크 거장 카라바조의 1607년작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가 프랑스 남부 툴루즈의 한 다락에서 나와 진품 판정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9년 추정가 1억7000만 달러(약 2100억원)에 경매에 올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