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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떨어져야" vs "이자 내다 파산"…집값, 가족까지 둘로 갈랐다 [부동산360]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7.2% 하락세 기록
대출 이자까지 올라 영끌족 등 속 타지만
무주택자 사이선 여전히 비싸다는 반응도
금리·정책 방향에 시장 전망도 달라 설전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3) 씨는 설을 앞두고 찾은 본가에서 연년생 동생의 말에 표정관리에 실패했다. 재작년 결혼한 박씨는 신혼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로 3억원을 빌려, 매월 이자와 원금을 합쳐 200만원 넘게 내고 있다. 여윳돈이 모자라 금리 7%대의 마이너스 통장까지 끌어 생활 중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속도 모르고 "집주인이 이번에 전세금을 안 올려 다행"이라며 "금리 올라서 거품 빠진다는데 더 폭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글부글 끓은 박씨는 "실거주 한 채 사서 꼬박꼬박 이자 내기도 힘든 사람한테 할소리냐"고 대꾸했다.

새해 들어서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리, 정책 방향 등으로 집값 불확실성은 더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가, 전·월세 등 거주 형태가 각기 다른 이들이 모두 한 밥상에 둘러앉는 명절이 찾아오자 집값 얘기가 또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즐거워야 할 설 연휴에 '집값'을 놓고 서로 다른 이해 관계가 불거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약 7.22% 하락했다. 2030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투자와 '패닉 바잉(공황 매수)'으로 13.25% 폭등한 재작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지막 보루인 서울 집값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7.2% 하락해 재작년 누적 상승분 6.58%를 모두 반납했다. 강북구(-9.58%), 성북구(-10.27%) 등 일부 강북지역에서는 지난해 집값 하락률이 재작년 상승률의 두 배 이상인 곳도 있었다.

주택 거래량도 크게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은 4만4957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적었다. 전세 거래량(25만8529건)도 금리 인상으로 1년새 7.7% 감소했다. 반면 월세 거래량은 25만670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연합]

최근에는 시장에 호재와 악재가 겹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렸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서도 전방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 매수심리가 살아나도록 정책적 힘을 쏟고 있다.

시장 혼조세가 깊어지자 서민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에 민감해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2년차 영끌족 직장인 강모씨(32)는 "지난 추석에 친척 형이 '이자 비싸다는데 되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 잘 버티고 있느냐'고 걱정하던데 내가 예민한 건지 기분만 더 안 좋았다"고 토로했다.

각자의 집값 전망이 달라 말씨름하는 일도 빚어진다. 경기 수원에 사는 주부 최모(33) 씨와 동생은 향후 아버지가 보유한 아파트 1채를 받기로 했다. 결혼을 앞둔 동생이 아파트에 들어가고, 집값 시세를 고려해 온갖 세금을 제외한 금액 절반 정도를 남동생이 대출을 받아 최씨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최근 호가를, 동생은 향후 하락장을 고려해 더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전을 벌였다. 최씨는 "규제도 풀어주고, 결국 우상향하는 게 집값인데 동생은 아직 바닥이 아니라며 한참 싸웠다"며 "명절 때 또 동생과 만나 집값 얘기로 다툴 것 같은데 아버지에게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예 '집값 얘기가 나오면 말을 줄이자'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 회원은 "집값이 떨어진다고 걱정해주는 척하다가 싸움이 날 수 있으니 관련 이야기는 피하자"고 당부했다. 또 다른 회원은 댓글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 집 이야기를 하면 적당히 맞장구치고, 묻지도 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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