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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 많이 난 김주현·거침없는 이복현…금융당국 권위 살리기?
지난해 말부터 6차례 넘게 손 회장 공식석상서 압박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그 정도 사고가 나오고 했으면…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하고 소송 얘기만 하는 건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2023년 1월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사 CEO의 리스크를 관리해야한다는 건 저희의 책무지 재량이 아닌 것 같다”(2022년 12월 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6차례.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손태승 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해 공식석상에서 발언 수위를 높인 횟수는 최소 여섯 차례에 해당한다. 금융당국 회의와 간접 언급한 것을 합치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뼈있는 말’이 거침없다. 손 회장을 포함한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모두 교체되면서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의 과거 발언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 정부 임기 말 약해진 금융당국의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두 수장이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시작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조7000억원대 대규모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다. 당시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금융위로부터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손실 사태에 대해서도 문책경고를 받은 뒤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원장은 당시 “지금은 급격한 시장변동에 대해 당국과 금융사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당사자께서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우리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징계 의결을 받아들이고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경고성 멘트로 인식됐다.

손 회장을 압박하는 발언은 이어졌다. 이 원장은 지난 12월 7일 “금융사 CEO의 리스크를 관리해야한다는 건 저희(금융당국)의 책무지 재량이 아닌 것 같다”며 손 회장을 재저격했다. 얼마 뒤인 20일엔 김 위원장이 “(라임펀드 사태는) 일반 말단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당국이 결론을 내린 문제”라며 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차 수출·투자 금융지원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깜짝 용퇴로 손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 높아졌다. 이 원장은 조 회장의 결정 발표 이후 “조용병 회장은 3연임을 할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후배에게 기회를 주시는 걸 보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하며 손 회장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불편하다는 기색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해가 바뀌고 기자들을 만나 “그 정도 사고가 나오고 했으면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거는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하고 소송 얘기만 하는 건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고 했다. 당국 징계에 대해 수용이 아닌 불복의 자세를 보이는 우리금융지주를 질책하는 작심발언으로 읽혔다. 손 회장은 18일 결국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금융권에선 두 수장이 금융당국에서 다소 빠져나간 힘을 다시 제고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손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로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으나 이후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통해 금융당국과 맞서고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로 교체된 이후 두 수장을 맞이하며 정부를 상대로 한 4대 금융지주의 힘겨루기도 마침표를 찍었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조인 출신의 수장이 있는 한 당국의 그 영향력은 결코 줄어들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총선까지는 당국의 강경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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