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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기업 ESG 전략 바뀐다...파이 키울 때”
알렉스 에드먼스 英 LBS 교수
ESG 원칙 ‘파이코노믹스’ 주창
“사회적가치가 장기 이윤 도움”
카카오·LG ‘전문성’ 활용 사례
알렉스 에드먼스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유형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많은 기업이 ESG로 ‘파이(pie) 쪼개기’를 하곤 했습니다. 이윤을 희생시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죠.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는 불가능합니다. 이윤이 줄었으니까요. 이제 기업들은 대신 ‘파이 키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ESG 경영의 권위자인 알렉스 에드먼스(Alex Edmans)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17일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2020년 저서 ‘ESG 파이코노믹스’를 통해 제창한 파이코노믹스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의 주요 ESG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코노믹스는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할 때보다 사회적 가치(파이)를 창출하려 할 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윤을 만들 수 있다는 원칙이다.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파이 크기를 키우려 할 때 주주, 이해관계자, 사회 모두에 이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특히 기업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ESG 전략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부 금액보다 사회적 영향에 집중해, 기업이 가진 전문역량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전제품 기술을 활용해 가전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LG나, 은행 시스템이 불안정한 케냐에서 휴대전화로 저렴하게 송금하는 서비스를 내놓아 빈곤과 성불평등 해소에 도움을 준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이 그 사례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런 전략이 더욱 빛을 발했다고 본다. 에드먼스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테크기업인 카카오는 그들의 기술을 이용해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사람들에게 안내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했다”며 “많은 돈을 들이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기업의 전문성과 관련 없는 보여주기식 ESG 전략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했을 때 많은 회사가 ‘블랙 라이프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에 큰 돈을 기부했다”며 “진정으로 인종차별에 관심이 있었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보다, 고용·승진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SG 등급 평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화석연료 회사인 엑슨모빌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테슬라보다 더 높은 ESG 등급을 받는다”며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ESG 등급이란 동일한 잣대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ESG를 평가할 때에는 수치 외에도 질적인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코노믹스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와도 연결이 된다. 회사의 파이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는 주주들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외부의 관점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재벌이란 특징이 있는 한국 경제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재벌 기업은 외부의 견해가 부족할 수 있다”며 “책임감 있고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기업에 투자할 때 많은 연구를 할 유인이 있고, 이를 통해 기업에 유용한 외부의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목적만 추구하는 주주들의 행동주의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일자리 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국영 연기금은 혁신에 반대할 수 있고,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는 관계없는 특정 목적을 위해 지분을 소량 매입해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 있을 수도 있어서다.

ESG와 관련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에드먼스 교수는 “파이코노믹스는 (부정적)외부효과가 없다는 가정에서 가능하다. 예컨대 탄소세나 담배세는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며 “정부는 외부효과에 대한 세금 부과, 규제 등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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