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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긴축 기대 ‘찬물’...누가 뭐래도 ‘엔저 마이웨이’
BOJ, 장단기 금리 현행 변동폭 유지
구로다, 마지막 회의서도 “양적 완화”
경기불확실성에 부양정책 지속 취지
소비자물가 치솟고 실질임금 급락에
임금인상→가계소득 증가→물가인상
엔화가치 급락 국제사회도 우려 눈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18일 도쿄에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17조엔에 이르는 대규모 국채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시장의 금리인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등을 의식해 지난달처럼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 조정 등을 통해 기존의 초저금리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BOJ는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현재수준인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의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BOJ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7%로, 내년 전망치는 기존 1.5%에서 1.1%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의 물가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집하면서 그의 임기 종료인 오는 4월까지 엔화 가치 하락과 수출 확대가 중심인 ‘아베노믹스’의 수정도 없을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봄에 총재 교체 등 금융완화 정책의 전환점이 오면 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저금리에 의존한 일본 경제의 체질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은 BOJ에 맞서지 말라며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BOJ가 완화 기조를 고수하기로 하면서 엔화 가치와 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이날 엔화 가치는 장 중 한때 2% 넘게 급락했다. 금리 동결 발표 전까지만 해도 달러 대비 엔화는 128엔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장중 131엔대로 치솟았다. 이번 동결로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면서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오전에 0.502%에서 0.348%까지 급락했으며 닛케이 225지수는 2.5% 급등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BOJ의 ‘나홀로 초저금리’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발행된 10년 만기 국채의 약 90%를 기보유한 BOJ가 수익률곡선통제(YCC)에 따른 0.5% 폭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채권을 사들여 곧 100%를 보유하는 것 아니냐는 조소 섞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정말로 100%를 보유하게 되면 일본정부는 더는 YCC 정책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일본은행은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가 목표 변동폭 사이에서 움직이도록 하면서 0%로 유도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변동폭 상한을 종전 0.25%에서 0.5%로 높였다.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얼마나 많은 국고를 더 가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된다. 지난 13일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0.5%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국채 10년물을 5조엔(약 48조5975억원)어치 사들였다. 하루 매입 금액으로는 신기록을 세웠다.

세라 아야코 스미토모 미쓰이 신탁은행 분석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BOJ가 현재의 대규모 채권 매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이 결정이 미래의 정책 변화에 대한 추측을 불식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은행 도쿄 본점

일본이 초저금리 지속 결정을 내린 가운데 시장이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물가다. 지난 10일 발표된 전국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도쿄 23구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했다. 1982년 4월(4.2%) 후 40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봤다가 뒤늦게 금리를 단기간에 급격하게 올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일본도 결국 출구전략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물가 지표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르셀 티엘리앙은 “고물가가 소비심리와 정부 지지율에 부담을 주고 있어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물가 급등에 불만을 가진 상황”이라며 “새 BOJ 총재가 취임하는 4월에 YCC가 폐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분석 업체 SAV마켓의 샴 데바니는 “BOJ가 3월에도 현 통화정책을 유지하면 엔·달러 환율은 135엔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지로는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2~3개월 동안 환율은 125엔대를 향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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