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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상된 ‘파일’ 하나에 美 하늘길 올스톱…시스템 취약 드러나

11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미 전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항공편이 대거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1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하늘길을 멈춰세운 원인이 전산 파일 손상으로 드러났다. 특정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한데 따른 결과다.

앞서 미 연방항공국(FAA)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전산 정보 체계 ‘노탐(NTAM)’ 오작동을 이유로 운항 중단 명령을 발령했으며 오전 9시 무렵 해제했다.

이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오작동 이유를 검토한 초기 작업 결과 문제는 손상된 데이터베이스 파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도 익명의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손상된 디지털 파일 하나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이 미 의회 관계자들에게 손상된 디지털 파일이 메인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FAA는 이어 “문제의 원인을 더욱 정확히 밝혀내고 다시는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사이버 공격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위터를 통해 “현시점에서 사이버 공격 증거는 없다”고 밝혔으며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도 “기술적 측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며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은 갑작스러운 항공기 운항 차질을 놓고 러시아나 중국, 북한 등의 사이버 공격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칫 혼란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부티지지 장관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항공편 운항이 중지된 건 단 90분이었지만 항공사 운항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대규모 지연 출발과 연착, 결항이 이어졌다.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9585편의 항공이 지연되고, 1321편은 아예 운항이 취소됐다. 주요 항공사 가운데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델타항공 등이 이날 40% 이상의 항공편 운항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고 밝혔다.

시카고 등 일부 공항은 FAA의 운항 중단 명령 해제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한동안 이륙을 중단해 피해를 가중했다.

로이터통신은 2001년 9·11테러 공격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혼란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토레스 조종사협회 부회장은 로이터에 “(운항 차질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13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 프리먼 미국여행협회 회장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대참사’라면서 “미국 교통망에 중대한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사태로 미국 항공 체계 내에 취약점이 확인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AP통신은 이번 사태가 미국의 하늘길이 노탐 시스템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비행기 이륙 전에 조종사와 항공사 지상 직원들은 악천후나 활주로 폐쇄 등 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시적인 요인들에 대한 상세 정보를 담은 노탐 공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한때 전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팀 캠벨 전 아메리칸항공 선임부사장은 이 통신에 “주기적으로 곳곳에서 지엽적 문제들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며 노탐 시스템뿐 아니라 FAA 기술에 대한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조종사 출신 항공안전 전문가인 존 콕스는 항공업계가 수년째 노탐 시스템 현대화의 필요성을 말해 왔다면서 “53년간 비행했는데, 시스템이 이렇게 다운됐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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