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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빨 빠진 美, 발톱 드러낸 中…자체 핵무장 요구 번지는 세계 [핵무장론 재점화]
유럽·韓·日, 미국 핵전략에 영향력 행사 노력
美 핵우산·확장억제 못 믿는 ‘드골의 의심’ 확산
中 압도 못하는 美 군사력이 불안감 야기
'항모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 둥펑-21D.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 패권을 움켜쥐고 평화를 유지하던 일극 체제가 끝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국에 도전하는 다극 체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안보 공약 후퇴에 불안감을 느끼는 유럽과 아시아 각국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유혹에 빠지고 있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미국과의 핵공유 전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20년 NATO가 독일·네덜란드·벨기에·이탈리아·튀르키예 5개국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모사한 가짜 폭탄을 투하하는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을 실시해왔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훈련은 1960년대부터 미국의 핵전략에 역내 국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재래식 전력을 통해 핵무기 사용에 참여하는 NATO식 핵공유 전략의 일환이다. 평소에는 미 공군이 B61 전술핵폭탄을 관할하지만 전시에 미국이 사용을 결정하면 나토 회원국 전투기들이 핵폭탄을 직접 싣고 적지에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핵무기에 부정적인 사민당 정권이 들어선 독일 정부가 최근 퇴역하는 토네이도 전폭기를 대신해 핵무기 투발 수단으로 사용될 F-35 35대를 구입한 것 역시 핵공유 전략을 통해 점증하는 러시아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한때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느껴온 폴란드는 자국 내에 미국산 핵무기를 배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직면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미국의 핵전략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지난해 3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토식 핵공유 전략을 소개하면서 “일본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지만 핵공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기시다 일본 정부는 NATO식 핵공유 가능성은 부인하면서도 12일 열린 외교·국방장관(2+2) 회담과 이어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유사 시 중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상정해 대응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핵전력 운용 공동기획(Joint Planning)과 공동연습(Joint Execise)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정책·전략, 작전계획, 신속억제·대응방안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미국의 핵전략에 자국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 전략이 지켜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잠재적 적국보다 압도적인 핵전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제공격으로 적의 모든 핵무기를 없앤다는 보장이 없다면 동맹국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냉전시기부터 존재했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나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미국은 소련이 프랑스를 핵으로 공격할 경우 미국의 핵무기로 보복하는 ‘핵우산’을 약속하며 프랑스의 핵개발을 만류했지만 드골은 미국 핵우산을 믿지 못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하고 말았다. 이후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가진 동맹국이 자체적으로 핵개발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을 두고 ‘드골의 의심’이라 부른다.

게다가 냉전시기와 달리 최근의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등 잠재적 적국을 군사력으로 압도하지 못하며 동맹국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2022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실전 배치된 핵탄두는 400기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과 같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 추세대로라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 현대화’ 목표 시한인 2035년에는 핵탄두 1500기를 보유할 전망이다.

물론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미국(5500기 추정)에 못 미친다. 그러나 중국은 빠른 속도로 핵전력의 현대화와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둥펑(DF)-31과 DF-41 등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격납고를 300개 이상 건설했다고 지적하며 중국은 적의 미사일 공격을 감지하는 즉시 핵 반격에 나서는 ‘경보 즉시 발사’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늘려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국방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2027년까지 군 현대화 목표를 달성할 경우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적 수단을 보유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반면 중국을 억제해야 하는 미국의 군사력은 약화되는 추세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군의 전력을 ‘약함(Weak)’으로 평가했다. 헤리티지재단은 “한반도와 중동 등 2개 지역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동시에 대응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미군 전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무인항공기, 전자전, 자폭용 드론과 같은 신기술에 기반을 둔 전력이 미국을 능가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미국이 보유한 핵과 재래식 전력에 자국의 국방과 안보를 의존할 수 있는지 불확실해졌다”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은 핵무기를 포함한 대체 안보 수단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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