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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마지막 군주 콘스탄티노스 2세 별세…향년 82세
1964년부터 군주제 폐지 전까지 9년간 왕위
1967년 역쿠데타 실패로 망명했다 2010년 귀향
영국 왕 찰스 3세와 사촌간…1960년 로마올림픽 요트 금메달리스트
그리스 마지막 국왕 콘스탄티노스 2세와 그 아내인 덴마크 왕실 출신 안나마리아 공주가 1964년 그리스 코푸섬에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AFP 자료사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그리스 마지막 국왕인 콘스탄티노스 2세가 10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AFP·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리스 공영방송사 ERT는 콘스탄티노스 2세 전 국왕이 82세를 일기로 아테네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앞서 그리스 언론은 그가 지난주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AP에 따르면 그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1964년 즉위한 콘스탄티노스 2세는 그리스가 국민투표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하면서 왕실이 해체된 1973년까지 그리스 마지막 국왕을 지냈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은 그리스 태생으로 콘스탄티노스 2세의 삼촌이고, 현 영국 국왕 찰스 3세는 그와 사촌 지간이다.

1940년 아테네에서 왕세손으로 출생한 콘스탄티노스 2세는 어린 시절 군사 사관학교에서 교육받았고 스포츠에도 큰 재능을 보여 20세 때인 1960년 로마올림픽 요트 종목(‘드래건 클래스’)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이런 후광에 힘입어 4년 뒤 아버지인 파블로스 1세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올랐을 때 그는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듬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중도 연합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면서 그의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리스 현대사에서 ‘배신’으로 낙인찍힌 이 사건은 그리스의 헌법 질서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1967년 군부 쿠데타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당초 콘스탄티노스 2세는 파판드레우 총리와 친밀한 관계였으나 왕이 군수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에 반대한 파판드레우 총리는 1965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를 도화선으로 왕의 월권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자 콘스탄티노스 2세는 파판드레우 총리와 일종의 휴전 협정을 맺고 새 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1967년 선거를 앞두고 벌인 여론조사에서 파판드레우 총리의 중도 연합이 높은 지지를 받자 군부 고위층과 함께 쿠데타를 준비했다.

그 사이 대령급 장교들도 또 다른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었고, 콘스탄티노스 2세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하고는 행동에 나서 1967년 4월 군사 독재를 선언했다.

콘스탄티노스 2세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그리스 북부의 군대와 해군의 도움을 받아 반격을 준비했고 같은 해 12월 북부 도시 테살로니키에 정부를 세우려고 역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는 이후 이탈리아 로마로 달아난 뒤 다시는 그리스 왕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군부 독재 정권은 1973년 6월 군주제 폐지를 선언했고, 이듬해인 1974년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선거에서 승리한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통치 체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69.2%가 공화정을 지지해 군주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이후 콘스탄티노스 2세는 이따금 그리스를 방문했지만, 왕정의 복귀를 경계하는 여론 속에 환영받지 못하다가 정치적인 논란이 잦아든 2010년이 돼서야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었다.

사촌인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가깝게 지낸 콘스탄티노스 2세는 망명 생활의 대부분을 런던 북부 햄스테드 가든 서버브에서 보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이력으로 196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선출됐고 1974년에는 종신 명예위원이 됐다.

그는 그리스가 공화국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스스로 그리스의 왕으로, 자녀들을 왕자와 공주로 칭했다.

유족으로는 덴마크 왕실 출신인 아내 안나마리아 전 왕비와 자녀 5명, 손자 9명이 있다. 그의 아내 안나마리아는 현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의 막냇동생이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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