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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투자 감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의 칼날 위에 서 있다”며 강력히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6월 보고서에서 전망한 3.0%보다 1.3%포인트 내려 잡은 것으로 경기침체를 겪은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또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20년을 살펴보면 이 정도 수준의 성장 둔화는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취약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물가를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코로나19 팬데믹 재확산이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악조건과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아이한 코즈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6개월 전에 경고한 위험이 보다 구체화 됐고 당시 최악의 시나리오로 잡았던 상황이 지금은 기본 시나리오가 됐다”면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의) 칼날 가장자리에 서 있으며 금융 조건이 조금만 나빠져도 쉽게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경제의 95%, 신흥 경제와 개발도상국의 70%에 대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낮췄다. 선진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 2.5%에서 올해 0.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1.9%포인트 낮은 0.5%로 하향했다. 유로존도 1.9%포인트 하향하면서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로존이 경기 침체에 빠질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어떻게 분석되든 체감상으로는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작년 2.7%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4.3% 성장률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외부 수요 약화를 반영해 작년 6월보다는 기대치를 0.9%포인트 낮춰 잡았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 경제와 개도국의 성장률은 작년 3.8%에서 올해 2.7%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외부 수요가 훨씬 줄어든 상황에서 고물가와 통화 가치 절하, 자금 조달 환경 악화, 기타 각국 내부의 악조건이 상황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전망은 언급되지 않았다.

신흥 경제와 개도국의 1인당 소득 증가율은 2.8%로 전망했다. 이는 2010∼2019년 평균 실적보다 1%포인트 낮은 것이다. 2024년에는 신흥 경제와 개도국의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팬데믹 전보다 약 6%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신흥 경제와 개도국은 막대한 채무 부담과 투자 위축 때문에 수년간 저성장에 직면한 가운데 선진국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와 금리 인상을 마주한 상태에서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