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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잡는 유튜버’에 불편한 경찰…“검거에 악영향”
도봉서·종암서 유튜버 제보로 마약사범 검거
경찰들 “수사 기법 노출…추후 범죄 수사 어려워 질수도”
“마약 사범 검거 현장서 다칠 위험도 있어”
전문가들 “검거 영상, 개인정보 침해 위험도”
“공익에 도움 되지만 콘텐츠 생산은 경계해야”
한 유튜버의 제보로 경찰이 범죄자를 잡기 위해 거리로 출동한 모습. [동네지킴이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마약 범죄가 날로 늘어나는 가운데, 마약 사범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에 제보를 하는 유튜버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이 같은 신고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일선 경찰서의 경찰관들은 최근 유튜버들의 범죄 신고 행태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마약사범을 검거한다 해도 검거 과정에서 용의자가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A씨는 “마약 현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마약에 취한 용의자들도 두루 있다”며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마주했을 때 상대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직접 나서는 게 위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과정을 유튜버들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경찰의 수사 기법에 노출 된다는 점에서 향후 범죄자들이 수사망을 더 교묘하게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B씨는 “유튜버들의 방송 콘텐츠에선 경찰들의 검거 과정이 생생히 나와 수사 기법이 노출되는 부담이 있다”며 “당장 마약사범을 검거했지만, 향후 검거 과정에서 마약사범들이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고 수사망에서 더 피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약사범을 잡는 콘텐츠를 방송하지만, 구독자와 후원을 늘리기 위한 이익이 깔려 있어 마약사범을 검거하려는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마약을 구매하려는 정황부터 검거하는 순간까지 실시간으로 중계되면 구독자가 늘어나거나 후원을 하는 시청자가 생기는데, 결국 유튜버의 유튜브 채널 수익을 늘리려는 심산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약사범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9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검거된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387명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2020년(1만2209명)을 넘어선 수치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17개 전국 일선서까지 모두 합친 올해 마약 수사 전담 경찰관은 전국에 362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와중에 유튜버들의 마약 검거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서울 노원구 녹천역 앞 노상에서 마약을 소지한 30대 남성 A씨와 50대 남성 B씨를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서울 종암경찰서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20대 남성 C씨를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해당 사건들은 모두 ‘동네지킴이’라는 유튜버의 신고로 검거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튜버는 지난해 10월 유튜브 개인 채널을 개설, 이달까지 총 100여명의 마약사범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마약사범 신고가 상업적인 목적과 더불어 용의자들의 신상을 침해하는 위험이 있어, 검거 영상을 올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이 경찰에 제보를 하는 것은 공익적인 차원에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면서도 “그러나 마약사범 검거에 따른 콘텐츠 제작은 경찰의 수사기법 노출하는 등 파생적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에서 노출된 마약사범들에 대한 신상이 공개돼 개인정보가 침해될 위험도 있다”며 “영상을 통한 검거 과정 자체가 상업적 목적으로 도구화 되는 측면이 있어 방송까지 하는 건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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