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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년 62세→64세...프랑스, 더 오래 일하는 ‘연금 개혁’ 재추진 왜?
2030년부터 연금 제도 적자 가시화 우려
EU 평균 대비 낮은 정년·평균 수명 증가
강경·온건 노조 8개 19일 파업 돌입 예고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페르피냥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횃불과 ‘정년이 아닌 급여를 올리라’는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우리는 더 오래 일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한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자구책이다. 하지만 주요 노조 단체들이 파업을 예고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데다, 야당에서도 반대 기류가 거센만큼 연금 개혁안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10일(현지시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올해 9월 1일부터 정년을 매년 3개월씩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대로라면 정년은 오는 2030년에 64세가 된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2027년부터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하는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개혁안이 연금 적자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2030년 연금 적자가 135억유로(약 18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른 총리는 “연금 제도가 적자가 되지 않으려면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첫 임기였던 지난 2019년 대규모 총파업에도 연금개혁을 밀어붙였으나 이듬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도 부채에 의존한 채 연금제도를 운용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더 오래 일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일찍 은퇴해 높은 연금을 받으며 삶을 즐기는 것이 일종의 ‘사회 계약’의 하나로 여겨져왔다. 은퇴 연령도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비해 낮다. 이탈리아에서는 67세까지 일을 할 수 있고, 영국의 은퇴 연령은 66세다. 로이터는 “프랑스 남성은 EU 평균 대비 2년, 여성들은 1년 빨리 은퇴한다”며 “일부는 80년대의 정년 60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AFP]

이 같은 이른 은퇴와 평균 수명 증가는 연금 제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정부 연금 자문단은 은퇴자 대비 근로자 비율 감소로 올해부터 연금 적자가 가시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문단은 정부가 연금 적자 차액을 메울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하는 정부 목표와도 대치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OECD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미 생산량의 약 14%를 연금 제도에 쏟아붓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연금 개혁이 현안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정년 연장에 대한 여론의 불만이 높다. 정년이 높아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지는 것이 지금의 노동자들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이 이유다. 여론 조사 업체인 오독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5명 중 4명이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주요 노조 8개 단체는 정부의 연금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오는 19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강경 노조와 온건 노조가 모두 참여한다. 온건 노조로 분류되는 노동민주동맹(CFDT) 로랑 베르제 사무총장은 “연금 제도는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잔인한 개혁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의회의 벽도 높다. 극우·극좌 성향의 야당들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여당 의석이 과반이 안되기 때문에, 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극우정당 국민전선(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의 개혁안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프랑스 국민들은 불공정한 개혁을 저지하려는 우리의 결의를 믿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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