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 새로운 FTA 전략 통한 수출시장 개척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1998년 우리 정부가 통상교섭본부를 설립했을 당시 우리나라 총 무역액은 약 2200억달러로, 세계 13위 규모였다. 우리 정부는 2000년대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세계적 확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주요 교역상대국들과 FTA를 체결했다.

주요 교역국들과 FTA 협상이 마무리될 즈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상 체제의 지경학적 구도를 뒤집으면서 우리 통상 전략에도 위기가 닥쳤다.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고, 대다수 국가가 급격히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FTA를 통한 시장 확보도 어려워졌다. 인도가 탈퇴하고 주요 산업부문의 시장 개방이 제외돼 향후 개선 여지가 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외에는 지난 몇 년 동안 통상 협상의 성과가 주춤한 이유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자국 중심의 보호주의적인 산업통상정책은 전 세계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디커플링정책을 고수하면서 갈등관계에 놓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EU, 일본, 인도 등 우방국도 경제안보를 내세우며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통상 전략의 핵심은 우리 산업을 세계 각지의 다양한 공급망에 연계해 다변화된 대안을 확보하고 유연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물류와 공급망이 허물어지고 에너지위기까지 덮친 2022년에 우리 무역 규모는 1조4000억달러를 넘어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중개무역을 하는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우리 경제는 앞선 수출강국인 중국, 미국, 일본과 달리 무역의존도가 여전히 70%를 넘는다. 따라서 여타 경제대국들이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때 우리는 더욱 유연하고 다변화된 수출구조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제 FTA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중동,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으로 통상연대를 확대해나갈 것이다. 시장 개방과 무역 확대를 위한 FTA를 산업 전반의 협력과 상생을 위한 경제동반자협정(EPA)으로 발전시켜 한국과의 무역을 교역상대국 산업발전의 발판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우선 연내에 10개국과 EPA를 체결해 새로운 통상연대의 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 정치 상황이나 민감 산업 우려 등으로 EPA 협상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국가의 경우 관세 협상보다는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투자촉진협의체(TIPF)’를 통해 정부 간 대화 채널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산업 간 협력을 심화시켜나갈 계획이다. 연내 최소 20개의 TIPF 체결을 통해 EPA 추진 기반을 조성하면서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우리나라와 FTA 협상을 개시한 걸프협력회의(GCC)는 최근 오일머니로 주목받는 시장이지만 참여국 간 의견 조율 등으로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국가들과 TIPF를 통해 상호간의 시장과 산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잠재성으로 주목받는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EPA와 TIPF를 유연하게 활용해 우리의 통상연대를 세계 각지로 확대해나갈 것이다.

세계 경제무대의 변방에서 다소 소외된 국가들을 개발 원조 대상국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동반자로 성장하도록 산업통상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청정, 바이오 등 전방위로 전개되는 산업대전환의 역량을 글로벌 통상무대에서 확산하는 것이 수출한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다.

2023년은 글로벌 중추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통상연대를 구축해 우리나라가 통상중추국가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osky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