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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부터 갚는 빚테크…“적금 깨서 대출 정리했어요” [금리 폭탄 맞은 영끌족]
3분기 주담대·신용대출 동시차입자 38%
변동형 주담대 금리상단 여전히 8%대
치솟는 금리에 중도상환 급격히 늘어

#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5년 전 신혼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을 모두 받았다. 하지만 두 대출 모두 2%대였던 금리가 5%대로 올라 한 달에 내는 돈이 90만원에서 150만원대로 뛰었다.

이에 이자율 4.6%짜리 적금을 해지해 신용대출부터 중도 상환했다. 원래 적금에 130만원씩 넣었지만 앞으로는 월급 중 100만원을 중도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50만원만을 적금에 넣을 계획이다.

최근 주담대를 받은 사람 가운데 신용대출을 함께 보유한 이중 채무자가 하락세로 전환하며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치솟자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빚부터 갚는 ‘빚테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누적 기준 40%가 넘는 차주들이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 보유하고 있어 서민의 빚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담대·신용대출 동시 차입자 비중 소폭 하락=10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지난해 3분기 신규 주담대(은행·비은행) 가운데 신용대출 ‘동시 차입’ 상태인 대출자 비중은 3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새로 주담대를 받은 사람 100명 중 이미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함께 받은 사람이 38명이라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해당 비중은 2021년 3분기와 4분기 44.1%를 기록하며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최근 몇 년간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끌어다 쓴 이중 채무자가 역대 최대치로 늘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이중 채무자의 비중은 급격하게 하락세로 전환하며 30%대까지 감소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본격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 2분기에는 36.5%까지 떨어졌다. 급격한 인상에 대출심리가 얼어붙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금리 상단 여전히 8%대…여윳돈 있으면 빚부터=이 같은 현상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날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구간은 4.93~8.11%로, 금리 상단이 8%대를 지속하고 있다.

5년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 구간도 4.63~6.679%로, 지난해 초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구간은 5.94~7.868%로, 금리 상단이 8% 목전까지 갔다. 치솟는 주담대·신용대출금리에 영끌족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에 중도 상환을 하는 사례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7) 씨는 “평소 빠져나가던 돈에서 두 배가 넘는 돈이 이자로 빠져나가니 생활이 빠듯해지고 숨이 막혀온다”며 “지금 사는 집의 빚을 갚기 위해 이달에도 목돈을 들여 중도 상환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쌀 때 일단 대출을 받아놓고 다른 데에 투자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며 “고객들이 여유자금이 생기면 일단 갚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빠른 대출금리 상승에도 누적 기준 이중 채무자 비중이 42.8%를 지속하고 있어 향후 불어나는 이자가 경제와 금융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 의원은 “이중 채무자 비중이 여전히 40%를 웃도는데 금리가 치솟는다는 건 국민경제 전반에 비상 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고통분담을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로, 대환대출과 보증 연장, 채무 재조정 등 차주 개개인의 현실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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