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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적대적 M&A,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오너 경영자 A대표는 B사 창업 20년 만인 2010년 상장도 성공시켰다. 그러나 올해 환갑을 넘긴 A대표는 현재 ‘경영권 없는 최대주주’ 신세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된 탓이다. 주식시장에서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세력이 B사의 소액주주와 연대해 A대표의 보유지분(20%)을 상회하는 의결권을 확보해 이를 막은 것이다. 이후 소액주주연대는 임시 주총을 열어 이들이 지명한 이사진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B사의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오랜 기간 저평가됐다는 불만이 있었다. B사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잉여 현금성자산이 풍부함에도 시가총액은 순자산의 50%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포털의 종목토론방 등을 통해 주주 간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해진 데다 투기세력이 달콤한 유혹에 나서자 소액주주연대는 빠르게 활성화됐다. 회사는 상장 때부터 표준정관을 사용했지만 10여년간 법규, 시장환경 변화 등을 업데이트하지 못했다.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 이사는 3명까지 선임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 B사의 이사는 A대표를 포함해 2인이었다. 추가로 1명만 더 이사로 선임됐다면 A대표의 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더라도 우호적인 이사 2인이 이사회의 과반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전문가들이 A대표에게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수년간 경고했다는 점이다.

삼일회계법인 EPB(Entrepreneurial and Private Business) 플랫폼에서는 경영권 분쟁과 주주 간 갈등에 대한 시장 내 대응방안을 자문함에 따라 종종 이 같은 안타까운 사례를 접하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총이 하락한 상황을 악용하는 불건전한 세력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선량한 주주들이 희생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상장기업이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을 제언한다.

첫째, 정관의 재정비는 필수다. 상장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는 물론 상장한 지 오래되지 않고 표준정관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이사회, 감사(위원회)와 관련된 정관은 꼭 재정비해야 한다. 둘째, 백기사(White Knight·우호지분)의 사전 준비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는 주가상승, 법적 리스크 등으로 백기사를 찾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경영권 분쟁 시 소액주주들이 공격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인 것을 고려하면 사전 백기사 확보도 중요하다. 셋째, 내부 조직, 외부 전문가를 통한 사전 진단 및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상장기업별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 및 그 예상시기를 사전적으로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는 정관, 시총, 최대주주의 지분율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단기차익만 좇는 세력은 점점 더 영악해지고 있다. 민법상의 투자조합을 넘어 신기술금융사업자, 사모펀드(PEF) 등 형태도 막론하고 있음을 라임 사태로 확인했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피해자가 남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경영에 전념하지 못해 사업 기회를 잃고 경영권까지 뺏긴 최대주주, 경영권 분쟁 후 하락한 주가에 신음하는 소액주주 등은 모두가 보호받아야 할 시장의 피해자다.

정지원 삼일PwC 파트너 공인회계사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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