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출 증가율 1%대…일부 싱크탱크, 역성장 전망도
“신시장 개척-수출중기 등 지원 확대해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한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수출 전선은 올해도 그리 밝지 않다. 일각에서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수출 환경이 녹록치 않다.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국면을 이어가면서 각 국은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보호무역을 심화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요 연구기관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와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수출은 국가 간 인적 이동이 확대되며 서비스수출이 회복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품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1.6%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올해 수출을 전망했다.
김영민 LG경영연구원 원장은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다 하반기 이후 플러스 전환하면서 1%대 저조한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는 “상품수출은 글로벌 수요 감소세가 지속되면 반도체를 비롯한 ICT를 중심으로 2022년(4.2%)보다 낮은 1.0%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며 “경상수지는 올해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됨에 따라 지난해(230억달러)보다 흑자폭이 축소된 1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산업구조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에 치우쳐 있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도 무역수지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위기 때마다 수출이 한국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글로벌 교역환경이 악화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올해도 글로벌 교역질서가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WTO 기능 축소 등 자유무역주의가 보호무역주의로, 법치주의가 힘의 논리로, 다자주의가 일방주의로 전환되고 있어 한국에 불리한 교역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연구기관은 올해 수출이 역성장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교역량이 축소되면서 주력산업인 반도체산업의 불황 진입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감소 전환(-3.1%)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산업별로는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와 바이오·헬스 등의 경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그 외의 모든 산업에서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 심화와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 등 실물경제 부문에서의 복합적인 위협요인들로 인해 올해 세계경제의 경기 침체가 예견되고 있어 우리 수출의 반등 전환 시기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대외여건이 다소 개선되는 하반기 이후에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대외수요 위축, 반도체 경기 악화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주요 연구기관은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해외시장 공략 강화를 지적했다.
권태신 원장은 “무역수지 개선 위해서는 규제혁파, 노동시장 개혁, 세제감면 등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수출활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국가전략기술(반도체‧백신‧배터리) 및 중소기업 위주로 돼 있는 현재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일반산업 및 대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현 원장은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지역적으로는 거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의 소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민 원장은 수출 시장 및 주력 제품 다변화, 친환경·디지털 등 신산업 육성, 대중 수출 회복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정중호 소장은 안정적인 생산·수출을 위해 원부자재·중간재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