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냉장고 청소까지…우리가 이삿짐센터냐” 軍부사관 ‘분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육군 모 부대에서 복무 중인 부사관들이 일과 시간에 새로 취임하는 사단장의 공관에 불려가 등 청소 등을 지시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부대는 지휘관 관사의 관리 및 정비는 부대 규정으로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3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이삿짐센터 부사관들'이라는 제목의 제보가 공개됐다.

모 사단 직할 대대에 복무 중인 간부라고 밝힌 A 부사관은 "지난달 7일 일과시간 중에 입이 무거운 간부들을 중대별로 한두 명씩 선정해 '작업을 간다'는 전파가 와 대대에서 부사관 5명이 선정돼 사단장 공관으로 이동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도착한 공관은 정신없이 가구, 가전 등이 어지럽혀져 있었다"며 "현장에서 통제하는 소령님이 '오늘 새로 취임하시는 사단장님이 오신다'고 대대 간부들에게 가구 배치와 청소, 심지어 냉장고 내부 청소까지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업 군인들이 이삿짐센터 직원도 아니고, 공관병이 없어지니까 이제는 일과시간에 이러한 잡일도 간부들이 해야 하느냐"며 "하급자라는 이유로 이런 부당한 지시도 상명하복 해야 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 부사관은 "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자괴감을 느꼈다"며 "이런 제보 하나로 군이라는 집단이 당장 크게 변화되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들이 당연해지는 건 더욱 싫다. 이 같은 제보들로 조금씩 군이 바뀐다면 10년~20년 뒤에 일하는 후배 군인들이 자괴감이 아닌 자부심을 가지고 군대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해당 부대 관계자는 "불편함을 겪었을 간부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지휘관 관사에서 이전 및 정비한 물품은 지휘관 개인물품이 아닌 기존 부대에서 사용하던 부대 물품이고, 이를 보관 및 관리 차원에서 이전 및 필요한 정비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관사 시설 및 비품 관리 관련 규정에도 지휘관 관사의 관리 및 정비는 본부대의 임무로 명시돼 있다"며 "이번 경우에는 본 부대가 당일 오전부터 위병소에서 상황 조치 관련 점검을 받는 중이어서 불가피하게 타 부대의 간부를 추가 지원받아 약 1시간가량 정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