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미국에서 잘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그가 시작한 사업은 다름 아닌 랍스터 요리였다. 심지어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잘 있던 식당마저 줄줄이 문을 닫던 2020년이었다.
왜 그는 코로나가 극성일 때 식당을 열었을까? 남들이 폐업을 고민할 때, 그것도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랍스터를? 그는 오히려 이때를 기회로 봤다. 역발상이다. 모든 주문은 매장 방문이 아닌 배달로만 받았다. 식당에서나 먹는 랍스터 요리를 배달로 집에서 먹는 것.
그래서 그가 번 돈이 1500만달러, 우리 돈 190억원이다. 불과 그의 나이는 29세. 그가 창업한 음식점은 이제 미국 내 100개 매장을 목표로 둔 프랜차이즈업으로 발돋움했다. 2023년 ‘포브스 30대 이하 기업인 30인(FORBES 30 UNDER 30)’에 오른 한국인 준 조(Jun Cho, 한국명 조예준) 대표 이야기다.
코로나를 오히려 식당 창업 돌파구로 삼고, 새로운 콘셉트의 프랜차이즈업으로 성장시킨 스토리는 국내에도 울림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사라진 소상공인 사업체는 1만여개. 분명 코로나는 위기이지만 그는 오히려 위기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그는 미 트루먼대학을 다니다 자퇴하고서 2020년 시푸드음식점 '보일 대디(Boil Daddy)’를 창업했다. 창업자금은 3만달러, 불과 우리 돈 3800만원이다.
처음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작은 식당을 열었다. 식당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가 잡은 콘셉트는 이른바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 멋진 벽돌로 장식한 레스토랑과 서빙직원도 없다. 대면 방식의 레스토랑을 버렸다.
대신 주방을 운영하면서 픽업 또는 배달로만 음식을 제공했다. 기존 식당이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아 음식을 요리했다면 보일대디는 음식 주문을 온라인으로만 받고 별도 조리공간에서 음식을 만든다. 픽업이나 배달 중 하나를 고르고 선결제를 하면 시간에 맞춰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
말은 길지만 사실 일반배달 시스템과 유사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랍스터요리라는 점. 레스토랑 중심의 랍스터요리, 대중요리 중심의 배달 시스템. 이 사이의 장점만 취한 게 ‘대박’으로 이어졌다.
고스트키친이란 특성을 십분 활용해 그는 바로 프랜차이즈업을 준비한다. 그렇게 매장이 늘어 지금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에 총 11개 매장을 갖고 있다.
매장 운영비,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으니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부대비용이 들지 않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실제 대표 단품 메뉴 대부분을 15~20달러 수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코로나를 기회로 삼은 창업과 프랜차이즈화, 총매출 1500만달러에 포브스에 이름까지 올렸지만 여전히 그는 더 큰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포브스 인터뷰를 통해 “올해까지 동부 연안에 걸쳐 1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20·30대의 식당 등 소상공인 창업이 크게 늘고 있다. 중기벤처기업부, 통계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대가 30대(2만6000개)이며, 그 뒤로 20대 이하(2만2000개)다.
평균 창업비용은 8800만원이지만 평균 연간 영업이익은 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연 2297만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창업열기는 뜨겁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남과 다른 아이디어와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