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단 8%대 돌파
주담대 차주들 ‘비명’
지난 2일 국내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상단이 8%를 돌파했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서울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전세자금대출 5억원을, 그리고 그걸로 부족해 신용대출을 함께 받았다. 하지만 3%대에 머물던 전세자금대출 이자율이 7%까지 치솟았고, 신용대출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자 월 납부해야 할 이자금이 9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A씨는 “월급에서 돈이 멈추지 않고 빠져나가 인생 중 가장 빠듯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 1주택자인 자영업자인 B씨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금리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배 이상 올랐다. 지금 대출을 다 갚아버려야 할지, 아니면 다시 금리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다.
새해부터 대출금리가 급상승하며 차주들 사이에서 눈물 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거란 새해 희망과는 달리 7%대였던 변동형 대출금리 상단이 최대 8%까지 치솟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단행한 차주들은 월급의 절반이 훌쩍 넘는 돈을 ‘빚’ 갚는 데만 쓰는 등 대출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8%를 넘었다. 지난 달 23일 변동형 주담대의 금리 밴드는 5.15~7.72%였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된 첫 영업일부터 5.27~8.12%를 기록하며 금리 하단이 0.12%p(포인트), 금리 상단은 0.4%포인트 오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승은 조달비용 뿐만 아니라 장·단기 시장금리차 확대에 따른 가산금리 조정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대출을 받은 차주들 사이에선 “월급으로 다 빚갚는다”는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에 다니며 경기 외각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익명의 최모씨는 “허그(HUG·주택도시보증공사) 안심 대출을 80% 받았는데 이자가 1년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며 “남편과 둘이 합친 연봉 인상분보다 더 커질 것 같은데 대체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빅테크 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황모씨 역시 “2020~2021년에 받은 6000만원 대출이 이렇게 큰 부담으로 돌아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급여 인상률에 비해 금리가 빠르게 올리면서 대출 차주들의 고통은 한층 심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보유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를 기록했다. 3년 6개월만에 다시 60% 선을 돌파한 것이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즉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평균적으로 월급의 60%를 빚 갚는데 쓴 다는 뜻이다.
최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대출을 이중으로 보유할 시 채무상환 부담은 더 높아진다. 한은이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 보유한 차주의 DSR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평균 70%에 올랐다. 적지 않은 비중의 차주들이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에 가입한다고 봤을 때, 빚 부담이 차주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추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일단 한국은행은 당장 다음주 열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혹은 다음달 금통위에서 또 다시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시장에선 현재 3.25%인 국내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거라고 보는 만큼, 시장금리 역시 지금보다 더 올라 상반기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탈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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