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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에서]'위에서 떨어진' 노동개혁 과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3년 새해, 윤석열 정부의 첫째 과제는 ‘노동개혁’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로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개혁’에 무관심했던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사실이라면, 꽤 ‘충격적인’ 기사들이 쏟아진다. 예컨대 정부가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해 근로감독을 면제해준다던지, 강성노조가 장악한 기업에겐 정부 일감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지난 10년간 고용노동부가 노조에 지급한 보조금이 부정사용으로 적발된 사례가 없으니 부처간 ‘교차감사’를 실시한다는 기사도 있다.

이치에 닿지 않은 얘기들이지만, 정작 고용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사실 여부를 물어도 답변은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다. 이 기사들이 얼토당토않은 탓이란 판단 때문이라면 좋겠지만, 돌이켜보면 고용부 답변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노동개혁 주무부처인 고용부도 모르는 새 이들 중 ‘사실’이 될 것들도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껏 그래왔다. 현재 노동개혁의 큰 과제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변경, 직무성과급제 도입,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노동조합 회계투명성 등 총 4가지다. 당초 고용부는 전문가협의체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해 개혁안을 찾겠다 했지만, 이 중 노조 회계투명성은 엄밀히 말하면 어느 날 갑자기 ‘위에서 떨어진’ 과제다.

지난달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처음 꺼냈고, 사흘 후 대통령은 “노조 부패는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가운데 하나”라며 이를 구체화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노조 때리기’에 나선 이유는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20%대 머물렀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총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를 ‘업무개시명령’ 등을 통해 자진철회토록 한 후 40%대로 상승했다. 처음 노조 회계투명성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노조 회계에도 햇빛을 제대로 비춰야 한다는 말”이라며 미지근한 답변을 했던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일주일 후 카메라 앞에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을 노동개혁 과제로 공식화했다. ‘삶의 문제’였던 노동개혁은 그렇게 ‘색깔론’으로 변질됐다.

고용부 신년 업무계획 보고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을 기초로 고용부 판단에 따라 취사선택을 해야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을 더욱 견고하게 해 줄 과제가 추가로 포함될 지도 모른다.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그래선 안된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개혁의 당사자들을 부패 세력으로 낙인 찍고 배척한다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냐’며 스스로를 철창에 가두던 이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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