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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페이크는 ‘미끼’...범죄수단으로 진화
몸캠 피싱·로맨스스캠 수단 활용
피해자들 영상 퍼질까 염려 ‘쉬쉬’

#. 직장인 A씨(28)는 최근 전혀 모르는 한 외국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주 B 씨로부터 소름 돋는 협박을 받았다. 자신의 얼굴이 딥페이크(deep fake) 기술로 음란물에 합성된 동영상 캡처본을 B로부터 받은 것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B 씨는 A씨의 지인들에게까지 일대일 메시지를 보내며 돈을 요구했다. A씨의 SNS 사진과 친구 목록은 ‘맞팔로워’들에게만 공개돼있던 만큼 해킹도 강하게 의심됐다.

2020년 6월 이른바 ‘딥페이크 처벌법’이 통과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딥페이크 범죄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동영상에 사진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합성 영상 제작이 쉬워지면서 일반인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에는 위 A씨 사례처럼 다른 범죄와 결합해 도구로 쓰이는 등 진화하고 있다.

▶2022년 딥페이크 신고 146건...숨은 피해자 많아=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146건의 허위 영상물(딥페이크) 유포 사건이 발생했다. 이중 63건이 검거됐다. 하지만 실제 범죄 발생 빈도는 이보다 더 높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시정요구 및 자율규체 조치한 성적 허위 영상물은 ▷2020년 548건 ▷2021년 2988건 ▷2022년(7월 31일 기준) 272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숨은 피해자들은 더 많다. 범인 잡기나 추가 피해 예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딥페이크 영상물 대부분이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신원 추적이 어려운 해외 기반 SNS를 통해 유포된다. 협박 또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해외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자극했다가 혹여나 영상이 더 퍼질 것을 염려해 요구를 들어주거나 무시하는 방법을 택한다.

▶딥페이크는 ‘미끼’...범죄 수단으로 진화=최근에는 ‘몸캠 피싱’, ‘로맨스 스캠’등 다른 범죄와 결합하는 양상이다. 서울 소재 한 경찰서 수사 관계자는 “‘몸캠 피싱’을 시도할 때 딥페이크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몸캠 피싱은 음란 화상 채팅을 한 뒤 영상을 녹화해 협박하는 범죄인데, 피해자의 성적 행위를 유도할 때 딥페이크 영상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채팅 앱(애플리케이션), 소개팅 앱 등 비대면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후 돈을 편취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범죄에도 딥페이크가 사용된다. 기존 로맨스 스캠 범죄 조직은 자신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피해자와의 영상 통화 등을 피한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로맨스스캠 범죄조직들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영상 통화까지 하며 피해자들을 속여넘기고 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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