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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엔 5살→6살→4살→5살 된다고요?" 유치원생 '만 나이' 대혼란
내년 6월부터 '만 나이' 시행
나이로 서열 가르는데… 호칭·존댓말 고민
계묘년 토끼해를 사흘 앞둔 29일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토끼 가면을 쓰고 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그럼 전 몇 살인 거에요?"

5살 아들을 둔 A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에게 나이를 설명하느라 진이 빠진다. 아이는 간신히 숫자를 익혔는데 아직 날짜나, 한 주, 한 달, 한 해나 나이의 개념을 온전히 알지는 못한다. 12월31일이 지나면 해가 바뀌고 한 살을 더 먹는데, 내년부터 '만 나이'가 도입돼 다시 나이가 줄어들고 생일이 지나야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는 알듯말듯한 표정으로 고개만 갸웃거린다.

7살인 B씨의 딸 역시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년이면 8살이 되고 8살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들떠있었는데, 내년에도 7살이라니 "그럼 초등학교도 못가는 거예요" 하고 울상을 짓는다.

내년 6월28일부터 '만 나이'가 도입되는 가운데, 유치원생들이 나이를 세는 문제로 대혼란에 빠져있다.

만 나이가 되면 나이가 바뀌는 기준이 해가 아니라 생일이 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불과 몇개월 사이에 나이가 세번이나 바뀌게 된다.

가령 2018년 8월생이라면 현재는 다섯살이지만, 내년 1월에는 여섯살이 되고, 만 나이가 도입된 6월28일 이후에는 네살이 되며, 8월 생일이 지나면 다시 다섯살이 된다.

수와 나이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익힌 초등학생만 돼도 별 것 아닌 문제지만, 누가 '너 몇 살이니' 물으면 손가락을 다섯개 쫙 펼 것인지 다른 한 손의 엄지까지 동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유치원생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유치원 교사들에게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한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에게 나이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지에 대해서 동료 선생님들과 논의해 방식을 정했지만, 아이들의 성장정도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이는 같은데 형이라 부르래요"… 형·동생 관계도 혼란
한 초등학교에서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

'형', '누나'나 '동생' 개념의 혼란은 유치원생을 넘어서 성인에게까지 이슈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나이가 많으면 형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만 나이'의 도입은 나이로 서열을 가르기 애매한 상황을 가져온다. 가령 지금도 '빠른 년생'(1·2월에 태어나 학교를 일찍 들어간 사람)이 '나이 서열'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만 나이까지 도입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학교에서는 '같은 학년이면 모두 친구'라는 식의 원칙을 세울 수 있지만, 학교를 벗어나 놀이터에서 '나이는 같지만 출생년도는 다른 아이' 혹은 '나이는 다르지만 출생년도는 같은 아이'를 만났을 때 형이라 불러야 할지, 동생이라 불러야 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기존의 우리 관습을 따르자면 출생년도를 기준으로 형·동생을 갈라야 하지만, 그러려면 앞으로는 몇 살인지와 함께 몇 년생인지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특히 이는 존댓말을 써야 할지 반말을 해야 할지의 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 하면 '너 몇 살이야' '어디서 반말이야'를 따지는 문화와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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