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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엑소더스’ 지속...中 성장률 전망 4%대로 하향 [어떻게 보십니까 2023]

미·중 갈등, 정부 규제,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등에 질린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기업과 자금, 인력을 끌어들였던 중국이지만 최근 몇 년 새 투자 매력이 빠르게 줄면서다.

‘차이나 엑소더스’는 코로나 기간에 국한되지 않고 내년을 포함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예측기관들은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4%대로 낮춰잡고 있다. 이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장률 개념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에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포함되기 때문에, 차이나 엑소더스 가속화를 반영하면서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발을 뺀 글로벌 기업으로는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에서 생산일정에 큰 차질을 빚자 베트남과 인도 등지로 생산기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은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엄격한 통제로 노동자들이 이를 견디다 못해 탈출하는 사태가 빚어져 공장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이에 애플은 베트남으로 아이폰 제조시설을 이전한데 이어 맥북, 애플워치 등도 생산기지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 새 모델 아이폰 14를 지난 9월부터 인도에서 생산을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다른 IT기업인 아마존도 내년 6월 전자책 단말기 ‘킨들’ 사업을 중국에서 종료한다. 2024년엔 중국 앱스토어에서 킨들 앱도 삭제된다. 아마존은 2013년 중국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어 한때 확고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아마존은 중국 전자책 시장 철수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정기적으로 우리 사업을 재검토하고 조정한다”고만 언급하고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IT 기업에 대한 각종 압박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이후 중국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더 노골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중 갈등과 공급망 교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외국 기업에 불리한 경쟁 환경 등도 중국 투자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들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제 글로벌 기업들은 동일한 표준, 동일한 품질, 동일한 시간, 동일한 비용으로 다른 곳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생산기지를 즉각 중국에서 제3국으로 옮기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고 최근 보도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관망 접근법인 ‘중국+1개국’ 전략을 점점 더 많이 채택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중국 탈출에 나서는 것은 외국 기업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부유층과 엘리트층도 자국을 떠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억만장자 부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와인 바(Bar)는 상하이도 베이징도 아닌 싱가포르에 있다. 싱가포르 중심부의 6차선 고속도로 옆에 있는 방갈로가 중국 부호들이 즐겨찾는 클럽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한 이 은밀한 사교클럽은 중국에서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 위에 올라탄 두루미’ 조각상을 비롯해 병마용갱 조각상 등 ‘중국풍’으로 꾸며져있다. 2층에서는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거부들이 모여 프랑스산 보르도 와인을 마시고 쿠바산 시가를 피우며 포커를 친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논의한다.

중국 수퍼리치들의 해외 이주는 늘 나왔던 얘기지만, 지난 3년간 코로나 봉쇄를 겪으며 “이민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확신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여기에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며, 그가 내세운 ‘공동부유’로 인해 부자들에 대한 탄압이 더 커질 것이라는 공포가 이들의 탈중국 발걸음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

상하이의 투자 이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는 올해 중국에서 자산을 유출하려는 자산가만 1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중국 부자들이 가장 정착하고 싶어하는 나라로 싱가포르가 꼽히고 있다. 서방국과 달리 혐중 분위기도 없고, 낮은 세금도 매력적이다. 과거엔 홍콩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여겨졌지만, 2019년 홍콩 시위와 탄압 과정을 겪으면서 싱가포르가 최고의 선택지로 떠올랐다.

홍콩 밸류 파트너스그룹은 블룸버그에서 “상당한 자금이 중화권에서 싱가포르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패밀리오피스(가족회사)를 설립해 가족 자산을 옮겨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도 2021년 말 싱가포르의 가족회사 수는 700개로, 전년(400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특히 중국 기업가들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탓이 크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함에 따라 작년 순 자본 유입은 무려 4480억싱가포르달러(약 423조3689억6000만원)로 16% 증가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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