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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르메스 공식몰, 새해 가격 인상 전 무더기 주문 취소
내년 1월초 인상 예정…결제 3~5일 후 돌연 취소 통보
소비자 “가격 인상 전 꼼수 아니냐” 눈초리
디올·까르띠에도 가격 인상 전 무더기 취소
에르메스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판매 물품. [에르메스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에르메스가 내년 1월 초 가격 인상을 앞둔 가운데 지난주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품 구매한 소비자들의 주문을 무더기로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높은 가격에 제품을 다시 구매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명품 관련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를 중심으로 26일부터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한 제품이 취소됐다’는 내용의 게시 글이 다수 올라왔다. 통상 에르메스는 명품 중에서도 한정적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결제에 성공했더라도 재고가 없으면 구매를 취소시키는 일이 빈번하다.

이 경우 에르메스는 기존에는 구매 후 2시간 이내부터 다음날 사이에 ‘취소’를 안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3~5일 전 구매한 물품도 급작스럽게 취소하며 소비자의 불만이 커졌다. 26일 국내 최대 명품 커뮤니티 ‘시크먼트’에는 ‘공홈(공식 홈페이지)에서 22일 결제했는데 26일 취소당했다’, ‘21일 주문했는데 취소됐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 글이 다수 올라왔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판매자는 3영업일 이내(배송 기간 제외) 주문 받은 재화 공급을 위한 조치를 하라고 명시돼 있다. 공급이 어려우면 지체 없이 사유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고 역시 ‘3영업일 이내’ 환불이 이뤄져야 한다. 업체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 조치를 지시하고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1년 이내 영업정지까지 결정할 수 있다. 에르메스 측의 뒤늦은 취소 통보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재고가 없어 주문이 취소된 제품이 여전히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는 배송 안내까지 받은 이후에도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역시 시크먼트에 글을 올린 한 이용자는 “22일 제품을 사자마자 ‘준비 중’으로 넘어갔고 오늘(27일) 발렉스(프리미엄 배송 서비스)에서 내일 오전에 배송하겠다고 전화를 받았는데 방금 에르메스 측에서 상품 하자를 이유로 취소 처리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이어 “출고 전 검수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핑계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누리꾼 역시 “인상을 앞두고 설마 다 취소시키는 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에르메스 본사는 내년 1월 초에 5~10%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고 10월 발표한 바 있다. 에르메스 측은 프랑스에서 7400유로(약 998만원)짜리 ‘토고 가죽 버킨 25 백’이 10% 인상되면 8140유로(약 1099만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무려 100만원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가격을 1.5~2% 올린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에 이미 4%를 올린 바 있다.

에르메스코리아 측은 이 같은 주문 취소에 대해 “재고가 없을 경우 주문이 취소될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다”며 “결제 시점에는 재고가 남아있어 주문에 성공하더라도 해당 상품 검수 과정에서 하자가 있을 경우 취소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또 일부 소비자가 주문을 취소하면서 공식 홈페이지에서 순간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표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에르메스 버킨백. [에르메스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최근 디올, 까르띠에 등 가격 인상 직전 고객들의 주문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소비자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1일 가격 인상을 단행한 까르띠에의 경우 시행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고객들을 상대로 주문이 취소됐다고 안내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에 까르띠에 측은 “시스템을 개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오류”라며 “강제로 주문을 취소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추후 까르띠에는 시스템 오류 전 가격과 동일한 금액으로 결제 가능한 재결제 링크를 개별 발송했다.

디올 역시 올해 초 가격을 인상하면서 해당 상품의 입고를 기다리던 ‘완불 웨이팅’ 고객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빈축을 샀다. 완불 웨이팅이란 미리 제품 가격을 주문하고 입고를 기다리는 것을 뜻한다.

디올은 에르메스와 달리 매장에 재고가 없는 경우 먼저 제품값을 결제받은 뒤 구매 모델, 결제일, 대략적 제품 수령 날짜 등이 적힌 ‘완불(예약)증’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가격 인상 전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대기 취소를 하거나 인상분 납입을 통보했다.

이 같은 명품 업계의 배짱 영업은 잦은 가격 인상과 맞물려 벌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과거 한 명품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인상 전에 미리 예약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전 브랜드에서 수령일 기준 가격으로 글로벌 정책이 바뀌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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