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제품에 ‘깨 첨가’ 표시 의무
깨와 닿지 않게… ‘교차오염’ 조항에 부담 증가
차라리 깨 첨가하고 라벨 붙이는게 비용절감
깨 첨가 식품군 증가 ‘아이러니’…법 철회 청원도 등장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참깨는 미국인 160만명 이상이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식품이다. 알러지 유발 식품 순위에 9위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며 내년부터는 각종 식품에 깨가 들어갈 때는 ‘알레르겐’(알러지 유발 물질)으로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엄격한 법이 참깨의 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24일 미국 식품의약국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법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모든 음식에 깨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참깨는 햄버거번 위에 뿌려진 것처럼 눈에 띄는 곳에서 발견될 수 있지만 단백질바나 아이스크림 등에 재료로 들어가고, 각종 소스와 샐러드 드레싱에도 첨가되고, 향신료와 향료에도 숨겨져 있다.
사람들은 수년간 주요 알레르겐 목록에 참깨를 추가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 2004년 의회는 우유, 계란, 생선, 조개류, 견과류, 땅콩, 밀, 콩 등 8개 품목에 대한 라벨링(표시) 요건을 만들었다. 여기에 참깨가 9번째로 곧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참깨를 쓰는 음식과 철저히 분리해 제조하는 것보다 차라리 제품에 참깨를 자유롭게 첨가하고 라벨을 붙이는 편이 저렴하게 먹힌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식품 제조사들과 제빵업계에선 이같은 인식이 통용되고 있다고 AP 등 매체는 전한다.
새로운 법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이제 깨를 성분으로 명시적으로 표시하거나 제품에 깨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별도로 언급해야 한다.
또, 만약 재료에 깨가 포함하지 않더라도 ‘교차 오염’도 막아야만 한다. 음식이 깨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식품 산업 전문가들은 이 ‘교차 오염’에 관한 새로운 요구 사항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네이던 머다마디 식품위생 컨설턴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제빵사들에게 해변에서 모래를 제거하라고 요청한 것 같다”고 비유를 들었다.
결국 기존에는 참깨 가루가 전혀 포함되지 않던 품목에 일부러 깨를 포함시키는 제조사가 나타났다. 프랜차이즈인 올리브 가든은 가장 잘 나가는 브레드스틱에 “최소한의 깨가루”를 첨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프랜차이즈인 칙필에이도 흰빵과 잡곡 브리오슈빵에 참깨가 포함되도록 바꿨고 웬디즈는 프랑스 토스트 스틱과 빵에 참깨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와 노스웨스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프란츠 패밀리 베이커리는 지난 3월 이미 “깨 제품에 대한 부작용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햄버거와 핫도그 빵과 롤에 소량의 깨가루를 첨가하겠다고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 단지, 참깨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만이 안전한 음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을 뿐이다.
결국 이 법의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언제든 누군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알러지를 지닌 어린이에게 참깨를 먹일 것”이라며 “법을 다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A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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