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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1월 ‘마스크 의무 해제’ 보류…노년층·2030 알바생들 ‘안도’
정부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기준 발표
4개 중 2개 충족…1월 중 해제는 어려울듯
치명률 높은 노년층 “마스크 없어질까 무서워”
손님 대면 많은 알바생 등 서비스직 안도

[헤럴드경제=박지영·박혜원·김영철 기자]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의 시점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대신 의무 해제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사실상 '속도조절'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설 선물’, ‘마스크 해방’이라며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실망감이, 위중증·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다만 마스크 해제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된 만큼 해제 직후 발생할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정부는 23일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획득 등 마스크 의무 해제의 4가지 기준을 확정했다. 이 중 2가지 이상 기준이 충족되면 의무 해제 시점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겨울철 재유행이 장기화할 조짐인데다 위중증 환자도 연일 500명대를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기준 충족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동절기 백신 추가접종률도 목표치(감염취약시설·60대 이상 고령층 50% 이상)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한숨 돌린 고령층…백신, 맞을까 말까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다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날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시민들 중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여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건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속도조절에 안도감을 내쉬면서 지속되는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겨울철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고령층 위중증의 사망자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17일 연령대별 사망자 비중은 80세 이상이 65.4%, 70대가 20.7%, 60대가 9.3%로 고령층이 95.4%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60대 이상 사망자 수는 309명이었다.

전남 여수에 거주 중인 김모(64)씨는 “실내 마스크가 해제된다는 소식에 백신을 추가로 맞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당장 맞아야 하는 걱정은 덜었다”며 “지병이 있어 실내 마스크가 유지됐으면 했는데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로 출퇴근하는 이준천(64)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개의치 않겠지만 우리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은 걸리는 순간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언제, 어디서 감염된 지도 모르고 확진이 되는데 실내에서 마스크까지 벗는 건 위험하다. 다른 사람은 벗어도 나는 쓰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 중인 황모(63)씨도 “2020년부터 2년 동안 감기 한번 걸린적 없던 가족들이 올해 방역이 완화되고 나서는 모두가 한 번씩 앓았다”며 “코로나19는 물론이고 독감, 감기 예방을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적어도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개인에게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하더라도 의무 지정 장소를 세분화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전에 사는 권모(64)씨는 “실내 마스크 의무 유지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백신 추가 접종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실내 마스크를 해제해도 될 것 같다”면서도 “다만 60대 이상 출입이 대부분인 장소는 제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식당·카페 아르바이트생, 마스크 ‘싸움’ 걱정은 여전
지난 16일 서울의 한 건물에 실내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

20·30세대의 경우 대면 서비스업 분야 직종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우려가 컸다. 정부의 정부가 세준 기준 시점에 도달하는 시점엔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 중인 방보경(26)씨는 “작년 1월부터 4월까지 지역 주민센터에서 방문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와 백신 접종 QR 코드를 체크하는 알바를 했었는데 당시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침을 하며 들어오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의무 아닌 권고로 바뀌면 마스크 착용을 부탁해야 할 처지에 있는 알바생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 선릉역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김모(24)씨 또한 손님과의 ‘설전’을 우려했다. 김 씨는 “매일 수십명씩 오가는 매장에 기침을 콜록이는 손님이 있으면 업장 입장에서 당연히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면 흘겨보거나 기분 나쁜 말을 하며 지나가는 손님이 많다. 의무가 해제되면 내가 부탁해도 손님과 싸우게 되는 일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 학원에서 조교로 근무 중인 김모(26)씨는 “학원 내에서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지도하는게 지금도 쉽지 않다. 현재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기침이 여전한 상태인데도 학생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한다”며 “마스크 의무까지 해제되면 학생들 통제가 전혀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신주영(24)씨는 “마스크 때문에 손님이 알바생을 때리는 사건도 뉴스에 나오던데 그게 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의무가 해제되면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 부탁을 아예 포기하게 될 것 같다”며 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중대본은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만8168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22일) 대비 10%(7576명) 감소한 수치다. 위중증 환자는 530명으로 전날(547명)보다 17명 감소했지만, 엿새째 500명대를 이어갔다. 최근 1주일(12월 17일~23일) 일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519명으로 직전주(12월 10일~16일) 458명보다 61명 증가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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