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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 방 2칸 아파트 ‘언감생심’…20대 女 44% “결혼생각 없어”
중국 신혼부부수 올해 최저치 기록할듯
초혼 연령도 10년새 4세 상승
대학 학위 이상 여성 미혼 비율 높아
대도시 높은 집값…“아이낳고 살 꿈 접게 해”
[게이티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중국 청년층이 결혼 비용 압박과 고강도 코로나 봉쇄정책을 겪으면서 결혼과 출산을 끝도 없이 뒤로 미루고 있다. 한중일 동아시아 3개국 모두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게 됐다.

22일 SCMP 신문은 올해 중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부부의 숫자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혼부부의 수는 2013년부터 8년 연속 감소, 2021년에 764만쌍을 기록하며 1985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는 3분기동안 이보다도 더 적은 540만쌍을 기록했다. 결혼가능한 청년인구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결혼을 꺼리는 경향이 증가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10년 사이 초혼 연령도 4세 늦춰졌다. 중국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초혼 평균 연령은 2010년 24.89세에서 2020년 28.67세로 높아졌다. 장취안바오 인구통계학 교수는 “특히 여성들에게 결혼의 지연은 급속한 도시화와 고등교육의 확대 속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서 “그러나 치솟는 집값과 극심한 고용 압박과 같은 거시경제적 상황도 함께 작용해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미혼 비율이 낮지만 대학 학위 이상을 가진 여성들의 경우엔 미혼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지난해 공산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연구센터가 18세에서 26세 사이의 미혼 도시 청년 29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44%와 남성 응답자의 25%가 결혼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중국에서도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는 일 앞에서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 ‘높은 집값’이 꼽혔다. 베이징에서 홍보 에이전시에 다니는 펠리사 리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과 상하이같은 1티어(tier·급) 도시에 살고, 결혼해 아이를 원한다면 적어도 방 두 개짜리 아파트가 필요한데, 이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며 “저는 지금 방 하나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겨우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로 중국의 많은 부동산 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요 도시들의 집값은 지난 1년 동안 고착상태이거나, 심지어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도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베이징에 사는 20대 프리렌서 치 씨도 “집값은 몇 년 전에도 높았지만, 젊은이들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결혼하고 아이를 갖기를 원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있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가장 큰 우울증 원인은 지난 3년여간 고수된 ‘제로 코로나’ 정책이었다. 그는 “정책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럽다. 하루 아침에 ‘위드 코로나가 되며 혼란스럽다”며 “저도 힘든데, 제 아이가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이징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결혼 피로연이 열리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당국이 금지했기 때문이다.

야오양 북경대 중국경제연구센터장은 지난달 열린 중국경제 세미나에서 “중국인 사고방식에 따르면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면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결혼하지 않은 사이에서 아이를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국의 인구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에 가까워졌고, 현재 상황은 출산율을 올리기에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여전히 신혼집 마련 등 결혼비용은 남자 측에 더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신문은 얼마전 산시성 북서쪽의 작은 농촌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서 신랑 측이 신부값, 결혼식비용, 마을 내 주택 마련 등에 47만 위안(6만7300달러·8580만원)을 썼다고 전했다. 2021년 중국 농촌지방 주민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1만8931위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7만 위안은 한 시골 가정 부모가 아들의 결혼을 위해 평생의 저축을 쓰게 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북서쪽 시골의 60대 농부 부모를 둔 류(28세·남)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결혼시장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며 “이렇게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결혼이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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