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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약자를 위한 정부를

격동의 2022년 ‘검은 호랑이 해’가 저물고 있지만 겨울 초입부터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며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날씨만이 아니라 경제 상황도 엄혹하기 그지없다. 경기가 이미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일수록 그 타격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어 걱정되는 세밑이다.

우리 경제는 3분기까지만 해도 전분기 대비 0.3%의 미약한 성장을 이어왔지만 4분기 들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감소하면서 침체 신호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수출은 10월부터 마이너스를 보이기 시작했고, 감소폭(전년 동월 대비)도 10월 -5.7%에서 11월 -14.0%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소비는 9월부터 꺾였고, 올봄에 103을 넘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80대 중반으로 추락했다. 수출과 내수, 생산과 소비 등 실물경제 전 부문이 침체에 빠지는 양상이다.

최근의 경기하강은 물가를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금리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은 상태다. 미국 연준(Fed)은 올 6월부터 자이언트 스텝을 밟기 시작해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렸으며, 내년 상반기 5%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도 7월부터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3.25%까지 올렸는데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둔화 및 물가압력 감소의 시차와 금리가 내년 초 더 오를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경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금리인상에도 물가상승세가 꺾였다는 신호가 미약할 경우 고금리가 장기화하며 침체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악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취약·소외계층 등 서민층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어든 소득을 정부 지원으로 일부 만회했지만 3분기부터는 그것조차 끊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하위 20%의 소득은 정부 지원 등 이전소득 감소로 1.0%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사업·재산소득 증가에 힘입어 3.7% 늘어났다. 이들의 소득 격차는 5.75배로, 1년 전(5.34배)보다 확대됐다.

정부는 기업과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어 민생을 개선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낙수효과에 대해선 논란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대기업과 부동산·주식 부자 등 자산가들에 대한 감세도 서민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본질적으로 시장경제는 경쟁의 낙오자를 만들며 취약계층을 돌보지 않는 체제다. 자본주의자 조지 소로스조차 시장경제를 비(非)인간적·몰(沒)인간적인 체제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주장하지 않았던가.

경기침체기엔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절실하다. 투자를 촉진해 고용을 늘리는 정책 못지않게 정부 지원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길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겨울, 약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않도록 특단의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원칙과 정파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펴는, 약자를 위한 정부가 되길 기원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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