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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5%벽에 ‘역(逆)머니무브’도 끝?…은행들도 덩달아 '자금조달' 걱정
은행권 정기 예적금 잔액, 하락세 전환
‘수신금리 인상’ 억제한 금융당국 조치 때문
기업대출 수요 계속되는 상황에
은행채·수신 등 자금줄 막힌 은행들은 ‘비상’
금융당국, “은행채 발행 재개” 완화책에도
“위험요인은 계속” 은행권 우려는 여전
서울 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광고 현수막.[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거세게 불었던 ‘역(逆)머니무브’ 바람이 끝나가고 있다. 금리 인상과 함께 불었던 정기 예·적금의 인기가 주춤한 탓이다. 지난달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억제된 이후 일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에 최근 은행채 발행이 막혀 수신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던 은행권은 난관에 봉착했다. 금융당국은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을 일부 재개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여전히 추가 발행은 어려운 탓에 은행권의 불안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예·적금 잔액도 하락세 전환…은행권 ‘자금조달’ 우려 현실화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3곳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전월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총 정기예·적금 잔액은 865조7250억원으로 전월 말(865조6500억원)에 비해 약 700억원 증가했지만, 최근 3개월의 월평균 증가액이 3조원대인 것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증가 추세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상호금융의 정기 예·적금 광고 현수막.[연합]

여기에는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5%대 초반까지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등 타 금융권의 유동성 문제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수신금리는 꾸준히 하락해 이날 기준 4.65~4.80% 수준으로 내려왔다.

문제는 자금조달이다. 지난 9월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채권시장 경색에 은행채 쏠림 현상이 본격화되자, 유동성 문제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다. 이후 10월 말을 기점으로 은행채 발행이 최소화됐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실적은 지난 10월 21일 KB국민은행의 1400억원이 마지막이었다.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마저 억제하고 나서며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핵심 예금’도 연일 감소세에…대출 공급 조절도 ‘난관’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광고 현수막.[연합]

실제 은행권의 자금조달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말 기준 623조2405조원으로 전월(641조8091억원)에 비해 18조원가량 줄었다. 710조원에 달했던 지난 6월과 비교했을 때 약 90조원가량 빠져나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으로 큰 ‘예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

은행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대출 공급을 줄여 자본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당부와 함께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며 이 또한 어려운 선택지가 됐다. 실제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대출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대출 증가세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국이다.

지난 1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09조4834억원으로 10월 말(704조6707억원)에 비해 약 5조원이 늘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635조8879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약 72조원이 상승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날 기준 693조6469조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15조원 줄어든 데에 그쳤다.

은행채 발행 재개에도…“만기 도래분 외 추가 발행 필요해” 우려 계속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협의회에서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은행채 발행을 일부 재개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을 발표했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의 차환 발행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내년 1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상환과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을 보며 발행 시기와 규모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곧바로 각각 2500억원, 2800억원 규모의 은행채 공모발행에 착수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고심은 여전하다. 만기 차환 외 추가적인 은행채 발행은 여전히 힘든 상황인 탓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한 채권이라도 일부 발행을 허용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수신과 채권이라는 두 자금조달 방법이 모두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출 공급을 지속해야 하는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 발행에 대한 시장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 건전성 우려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행채 발행 자제 등 당국의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에 예·적금이 줄고,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며 국제결제은행(BIS) 위험가중치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 은행들의 수신을 통한 자금조달 여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규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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