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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료 인상” 근본적 해결방안 공감하지만, 당장 대안은?[이런 정치]
8일 본회의 부결된 한전법 개정안
15일 산자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통과
전기료 인상, 화석연료 의존도 탈피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 필요 주장 여전
개정안 무산시 한전 채무불이행 가능성↑
2000여개 협력사 유동성 위기 가능성도
미봉책이라도 당장의 문제 해결 방안 필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일부개정안을 재논의하기 위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윤관석 위원장(가운데)과 한무경 국민의힘 간사(왼쪽),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전체회의 개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지난 9일 주식시장에서 한국전력(한전)의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8.5% 급등했다.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전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된 영향으로 시장은 해석한다. 한전이 더 이상 ‘차입 경영’에 매달리지 않고 전기료를 현실화해 고질적인 적자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일주일 만에 무색해졌다. 본회의에서 부결된 지 7일 만에 국회는 다시 한전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부터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한전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본회의 표결의 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로 개정안을 넘겼다.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한전법 개정안은 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회 내에서는 한전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전의 적자 경영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전기료 인상’과 과 ‘화석연료 의존 탈피’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전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또다시 빚을 내서 연명하는 미봉책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전기요금을 꾸준히 올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싼 전기요금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이나, 많이 쓰는 개인이나 많이 쓰는 큰 건물들이 엄청난 보조금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한전에) 30조원 적자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면, 윤석열 중부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책을 추진하도록 만드는 법적 장치를 먼저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기대감과 마찬가지로 한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은 빚을 더 내는 것이 아니라 전기료 인상을 통해 한전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가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료 인상은 곧 정당한 시장 가격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기에 ‘전기료 현실화’다. 장기적으로는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기료 현실화’가 근본적인 방안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전력생산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져 한전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 2022년 11월 기준 전력도매가격(SMP)는 2020년 말보다 약 2.7배 높다. 높은 SMP가 유지되고 있는데도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되는데 그쳐 한전의 당기순손실 폭이 확대되는 현실이다. 한전은 올해 3분기까지 17조 386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말 기준으로는 30조원 내외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기 순손실이 늘어나면 한전의 적립금은 감소한다. 현행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의 2배로 제한된다. 올해 말에는 한전채 발행 예상액이 법상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전은 신규 한전채 발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전체 전력거래량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한전이 사채발행의 어려움으로 만기가 도래한 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다. 지난달 말 기준 한전의 상환 예정 사채 규모는 2023년에 5조4000억원, 2024년에 16조2000억원이다.

한전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경우 전력 생태계의 붕괴와 협력업체로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송배전 기자재 업체는 약 1300개고, 배전협력회사는 약 900개인 것으로 집계된다.

과연 ‘전기료 인상’이 당장의 한전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준과 속도로 이뤄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야 산자위원들 역시 신속히 한전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한 배경이다.

큰 폭의 전기료 인상은 국민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여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은 적극적으로 전기료 인상에 나서기 힘들다. 발등의 불은 임시방편으로라도 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통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 역시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

개정안에는 한전의 재무건정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정도 반영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최대 6배까지 발행 한도를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산자부 장관은 국회 소관 상임위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한전채 발행 한도를 2027년 12월 31일까지만 유지하는 5년 일몰 조항도 추가됐다. 아울러 한전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산업부 장관과 공사는 금융시장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사의 사채 발행 최소화 및 재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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