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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끄러지면 죽는다” 위험천만 배달, 폭설에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
수도권에 시간당 3cm의 강한 눈이 내린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한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5년차 배달 기사 하모(34)씨는 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고민에 빠진다. 하씨는 “눈 오는 날은 앞이 보이지 않고 도로도 미끄러워 체력 소모가 크다. 사실 사고가 난 적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대목’이라 일을 하러 나서게 된다. 차라리 오늘 같은 날에는 배달 앱이 주문을 받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배달 딜레마’의 계절이다. 눈이 쌓이면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가 발생한다. 대신 배달 단가는 더 높아진다. 안전과 수익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15일 오후 중부 지방에 내린 눈을 시작으로 주말까지 폭설이 예고된 상황. 배달 시장이 성숙한 만큼 악천후 대비 안전대책도 고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오후 시간당 3.5cm의 눈이 쌓이자 배달의민족이 앱 하단 배너를 통해 기상 악화로 인한 배달 지연 가능성을 안내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캡처]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주문 중단 없이 정상 운영했다. 14~15시경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갑작스레 쏟아진 눈에 기상 악화로 인한 배달 지연 안내문을 띄웠으나, 주문을 막은 곳은 없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서울 전역에 4.5㎝가량 눈이 쌓였다.

배달 플랫폼은 폭설, 폭우, 태풍 등이 발생하면 일정 시간 주문을 닫기도 한다. 실제 눈이 심하게 쌓였던 2021년 1월 6일과 12일 쿠팡이츠는 수도권 배달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배달의민족 또한 B마트와 배민라이더스(현 배민1) 운영을 중단했다.

15일 강수량은 2.4㎜로 주문이 중단됐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 체감상 ‘배달 위험도’는 낮아 주문 중단 사태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시작이다. 큰 도로 제설 작업이 진행되고 눈발이 금방 그쳤다. 다만 인천과 안양, 김포, 안산, 평택 등 경기도 일부 및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배달대행사 차원에서 배달을 중단한 곳도 있다. 배달앱이 주문을 받지만, 배달 기사들을 일터에 나오지 못하게 한 경우다. 좁은 골목길이 얼어붙거나 미끄러워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 1월 12일 배달 플랫폼이 폭설로 인한 서비스 중단을 안내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배달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쿠팡이츠, 배달의 민족. [헤럴드DB]

문제는 오는 16일부터다. 15일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시 눈이 내리고 밤 사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결빙이 심해질 전망이다. 17일에는 서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또 한 차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배달 주문이 급격히 증가하는 ‘피크’ 시간인 만큼, 배달 기사도 주문도 쏟아지는 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면 주문 중단은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도 반발할 수 있어 쉽게 시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며 “주말 사이 눈이 많이 내려도 플랫폼 차원의 대책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플랫폼도 데이터가 쌓인만큼 악천후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위험한 지역은 도보나 단거리 배달 위주로 할 수 있게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소에는 낮은 단가를 유지하다 기상 상황이 나쁠 때만 수익을 몰아주는 구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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