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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민주주의 넣고, 성평등 빠진 교육과정…국교위 통과에 실효성, 정권거수기 논란
교육부 제출안 대부분 수용
진보단체 “교육부가 연구진 의견 묵살” 비판
일부 국교위원 규탄문 발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국가교육위원회(위원장 이배용)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넣고, ‘성평등’ 용어를 빼는 등의 정부 제출안을 사실상 수용하자 진보성향 단체와 일부 국교위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나오는 실효성,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논란이 올해도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14일 오후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했다. 의결한 내용은 정부가 제출한 심의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교육부는 앞서 공청회 등을 거치며 한국사 과목 등에서 쓰던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바꾸는 안을 제출했다. 통합사회·보건 교과 등에 포함된 성 관련 표현에서도 성 소수자와 성 평등이 빠졌다. 국교위를 거치며 ‘섹슈얼리티’라는 표현도 빠졌다.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1차 교육과정부터 줄곧 사용됐고,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만 빠졌을 뿐이라 설명했지만 보수 진영에서 주로 자유민주주의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진보 진영 쪽 반발이 거셌다. 정책연구진과 진보성향의 교육·시민단체는 교육부가 연구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고수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성(性) 관련 표현은 행정예고 기간인 지난달 9일부터 29일 사이에 접수된 국민의견 중 가장 많은 의견이 성 부문이었을 정도로 이견이 팽팽했다. 접수된 전체 의견이 1574건이었는데, 성 관련 의견이 1363건이나 차지했다. 단체가 제출한 의견 중에서도 성 관련 부분이 27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성평등 용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만큼 대립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국교위원들은 15일 “충분한 토론이 없는 졸속 심의와 일방적 강행”이었다며 전일의 국교위 심의를 규탄했다. 정대화 상임위원 등 5명의 위원들은 “추가 토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소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었는데, 위원장이 일방적인 강행 처리를 시도했다”며 “졸속 심의, 강행 처리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 비판했다. 국교위원 중 한 명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이날 “생태전환의 비전, 성평등과 성소수자 문제, 민주주의의 다양성 등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과 가치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담지 못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실제로 전날 국교위 심의·의결 과정에서 추가 논의를 요구했던 위원 3명은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고, 그 사이 남은 위원 16명이 표결을 진행했다.

진보·보수진영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의결된 국교위는 실효성과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등에 대한 논란을 남겼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그러나 위원 21명 가운데 대통령 임명 위원이 5명에 달하는 구조상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 없이 정권의 안을 손 들어줬다”고 규탄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와 조율을 통해 교육과정을 논의해야 하는 국교위가 정권의 거수기를 자처하며 논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20여일간 국민의견을 접수했지만 실효성이 있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국민참여소통채널 누리집을 통해 일반 국민도 의견을 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제시된 의견이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온라인으로 접수된 의견을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총론에 대한 의견 1394건 중 60%에 달하는 820건이 9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집중적으로 게재됐다. 조사나 오타 등을 제외하고 비슷한 문장으로 이뤄진 의견이 몇 초, 몇 분 간격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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