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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탄 아끼려 방에서 겹겹 점퍼”...백사마을 ‘험난한 겨울나기’
노원 중계동 백사마을 가보니
고물가·불경기에 연탄기부 줄어
고지대 배달 장당 1000원 훌쩍
코로나 완화에도 봉사자 발길 뚝
연탄은행 목표량 절반 수준 그쳐

“연탄을 아끼다보니 방안에 웃풍이 느껴지네요.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아서 늘 머리까지 이불을 푹 덮고 잠을 청해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주민 곽오단(89) 씨는 최근 시작된 한파를 체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듬해 4월까지는 연탄을 사용해야하지만 올겨울을 따스하게 보내기엔 부족해 아껴 쓰고 있다고 한다.

올겨울 한파가 시작된 가운데 연탄가구를 사용하는 백사마을 거주민들은 힘겨운 겨울나기를 보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각종 고물가와 불경기가 겹치면서 기업과 시민들의 연탄 기부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연탄 값 까지 올라 각자 구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서 연탄 가격을 지난 2019년부터 동결하고 있지만, 배달 가격이 더해지면서 최대 1000원을 넘어가고 있다.

14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백사마을 곳곳에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연탄들이 자택 앞에 쌓여 있었다. 당장 집 앞에 쌓인 연탄들이 있어도 풍족한 건 아니다. 주민 대부분은 내년 초까지 사용할 연탄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탄 사용 가구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필요한 연탄량은 오히려 부족해졌다. 밥상공동체 서울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탄 사용 가구는 8만1721가구로 2019년 대비 18.6% 감소했다. 백사마을 역시 해당 일대에 대규모 재개발 공사가 예정되면서 지난해보다 30여가구 줄은 130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백사마을의 또 다른 주민 장순분(80) 씨의 자택에는 126장의 연탄이 쌓여있었다. 장씨가 하루 사용하는 연탄은 최소 5장. 한달 150장 이상의 연탄이 필요하다. 보유한 연탄 수를 감안했을 때 장 씨는 5일을 냉방에서 떨어야 한다.

결국 장씨는 남아있는 연탄을 최대한 아끼는 방법을 택했다. 하루 5장은 사용해야할 연탄도 3장으로 줄였다. 연탄을 최대한 오래 태우기 위해 난로 환풍구를 최대한 오래 닫아두기도 했다. 장씨는 “연탄을 덜 태우니까 밤이 깊어지면 방 안에 냉기가 찬다”며 “집 안에서도 점퍼 두 겹을 껴입은 체 전기장판이 놓인 침대 위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탄을 따로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격 부담으로 선뜻 주문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광욱 밥상공동체 복지재단 연탄은행 주임은 “과거에는 연탄 한 장당 1000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올해들어 유류값이 상승하면서 인건비도 오른 탓에 배달 주문을 하면 연탄 한 장에 1000원을 모두 넘긴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경우 저소득층에 속해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며 생활한다. 박씨가 기초연금으로 받는 수급액은 25만원 남짓. 전기세와 수돗세, 식비 등을 아껴도 매달 20만원 안팍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단체로부터 연탄을 기부 받지 않는 이상 부족분을 채우기 어렵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후원 연탄 물량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밥상공동체 복지재단 연탄은행이 제공한 2019~ 2022년 동절기(9~11월) 사랑의 연탄 후원을 보면 올해 재단에 후원된 연탄은 25만700장으로 전년 대비 46.7% (47만장) 줄었다.

연탄을 직접 나를 봉사자 수도 줄었다. 재단에 따르면 올해 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992명으로 2305명이었던 2019년보다 절반도 되지 않았다. 허기복 밥상공동체 복지재단 연탄은행 대표는 “기부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작년보다 200만장 낮춰 올해 300만장의 연탄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170만장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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