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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가! 지금이 바닥이야” 엔화 예금 쑥↑…환테크족 몰린 엔화, 돌파구 될까
반등 노린 ‘환테크족’ 증가에
시중은행 엔화 예금 상승세
여행 수요 등 실사용 목적도 증가
엔화 가치 반등 전망 속속 등장했지만
“장기적인 환율 전망 어렵다”
엔화 투자 부작용 우려하는 목소리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들어가! 지금이 저점이야.”

엔화 약세가 지속되며, 환율 반등에 의한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엔화에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내년 중 엔화 약세를 버티지 못한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 기조를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엔화 투자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는 환차익과 실사용 외 별다른 투자 요인이 없어 환율 불확실성에 따른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점 노린다” 환테크족 증가에…엔화 예금 올해만 ‘1700억엔’ 몰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은 6851억엔으로 올 1월 말(5163억엔)에 비해 약 1700억엔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지난 두 달 동안에만 약 600억엔의 예금이 은행에 몰리는 등 엔화의 인기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엔화 투자의 인기는 ‘환테크족’이 주도하고 있다. 예년 대비 저점에 머물러 있는 엔화에 투자해 향후 환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에서다. 실제 엔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 급락했다. 미국이 올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일본과 금리차가 현격히 벌어진 탓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높은 금리 수익을 위한 자금이 이탈해 상대국의 통화 가치는 하락한다.

지난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일본행 운항편이 표시되고 있다.[연합]

올해 초 달러당 115엔 안팎이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말 장중 151엔대로 치솟으며 약 32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00엔당 1069원대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이후 900원대에 진입, 지난 6월에는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930원대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소폭 회복한 상태지만, 여전히 950원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실사용을 목적으로 한 엔화 수요도 엔화 예금의 인기를 부추겼다. 일본 정부가 지난 10월 무비자 자유여행을 허용한 뒤, 가치가 떨어진 엔화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0월 개인 엔화 환전 매입금액은 103억1782만엔으로 전년 동기(14억7562만엔) 대비 약 7배가량 뛴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중 ‘엔화 강세’ 예측 나오지만…환손실 우려도 여전

환테크족이 기대하는 엔화 가치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6% 올라,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제로금리 등 금융완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 미국이 금리 인상 폭을 조절함에 따른 반사 이익도 점쳐진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일본이 경기 성장을 위해 초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책들이 물가 상승을 이끌어내면서 실질 소득 감소에 따른 경기 저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부채 부담에 따라 정책 기조는 단기간에 변화하기 힘들겠지만, 방향성 전환은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중 강달러 기조가 꺾이면서 엔화 강세 기조를 뒷받침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연합]

다만, 엔화 투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로금리의 특성상 엔화 예금으로 인한 이자나 대체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추이를 봤을 때 엔화가 저평가됐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정기예금이나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달러와 비교해 대체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오직 차익을 목적으로 투자했을 때 환율 변동성에 따른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 환차익을 노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현재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엔화 투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급변하는 경기 상황에 장기적인 환율 전망이 어렵다 보니,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단기적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려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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