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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도 조절’ 힘 실리는 한은 금통위…‘물가’ 보다 ‘과잉 긴축 위험’ 경계
다수 위원 “추가 인상 신중하게 접근해야”
내년 성장률 하방 리스크 우려
美 물가 지표, 인플레이션 둔화 시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향후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민간소비가 둔화하고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동안 ‘물가’에 집중돼 있던 시선은 이제 ‘경기’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속도 조절’ 목소리 높아진 금통위…“과잉 긴축 위험 경계해야”

한은이 13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11월 24일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 위원은 “물가상승률의 기조적 변화가 확인된 이후에는 디스인플레이션 속도와 경기 상황을 참고하면서 지금보다 실물경제와 금융 안정 부문에 대한 가중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가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현 시점 시장이 감내할 수준인지 확인해가면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에 대응해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다양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그 속도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년간 누적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과 물가 안정 간의 상충 정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과잉 긴축의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인상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위원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15개월이 경과하면서 그 효과가 부동산 및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것이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금융 불안에 그칠 수도 있지만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정책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를 경계할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위원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 높은 점과 향후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의 축소 추세, 경상 및 자본수지 전망에 기초한 외환수급 압력 등을 고려하면 긴축 기조 완화는 당면 문제에 대한 바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에 가장 우선 목표를 두고 긴축 기조를 지속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기조적 물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 불안 상황에 대해서는 미시적 안정화 조치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높아진 경기 둔화 우려…“내년 성장률 하방리스크 커”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주장한 배경에는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진행해 왔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물가 상승보다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성장의 하방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위원은 내년 실질 근로소득의 둔화가 이어지고 이전소득도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저하돼 민간소비가 가파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 정도에 비해 강한 긴축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성장과 물가 경로에 있어 하방 리스크가 조금 더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위원은 “이번 전망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0.4%포인트 하향 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소비 등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며 “성장의 하방 리스크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이번에 성장 전망이 상당 폭 하향 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방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 대외 부문이 계속해서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 변화와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11월 CPI,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폭 상승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을 시사하는 물가 지표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올랐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폭의 상승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3%)도 하회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8%가 넘었던 CPI 상승률은 10월 7.7%에 이어 11월에는 7%대 초반까지 둔화했다.

11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상승에 그쳐 시장 전망치(0.3%)를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전월 대비 0.2% 올랐다.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해 8월 이후 최소치다.

미 언론들은 11월 CPI에 대해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마감하고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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