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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가 대세? 난 달라” 샤넬·설화수도 이젠 ‘이곳’ 간다
“스토리 전달 가능한 최적의 명소”
명품 뷰티브랜드 북촌점 잇단 오픈
소확행 소비 MZ세대 매출로 화답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열린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흙 눈 꽃-설화, 다시 피어나다’ 전시. [아모레퍼시픽 제공]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열린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흙 눈 꽃-설화, 다시 피어나다’ 전시. [아모레퍼시픽 제공]

#1.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지연(26) 씨는 ‘미술관 투어’에 푹 빠져있다. 평일 반차 휴가까지 불사하며 전시를 보러 다니는 박씨는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설화수의 집’을 세 번이나 다녀갔다. 그는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피케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케팅)’ 네이버 예약에 광탈하고, 뒤늦게 취소 표를 ‘줍줍(주워 담는다는 뜻)’해서 다녀왔는데 전시가 너무 좋아요. 무료이기도 했고, 도슨트를 곁들인 해설가들도 전시장에 많이 계셨어요. 그날 하루 제가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어요.”

#2. 니치 향수를 모으는 대학생 하세아(23) 씨도 북촌 휘겸재에 문을 연 샤넬 향수 ‘조향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샤넬 향수를 구입했다. 상품을 구매한 고객만 마스터클래스 초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씨는 “어떤 배경에서 이런 향수를 제조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유일한 취미인 ‘향수 모으기’ 만큼은 포기가 어렵다. 대신 연말까지 최대한 ‘무지출 챌린지’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만의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 영향으로 북촌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샤넬, 설화수 등 명품 뷰티 브랜드들이 북촌에 터를 잡고 20~30대를 위한 공간을 속속 문 열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 성지’로 꼽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신규 브랜드를 첫 선보이는 론칭장이라면, 북촌은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을 갖춘 명품 뷰티 브랜드들의 특별한 체험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서 ‘불황형 소비’가 크게 늘었지만, 이와 별개로 대표적인 ‘취향형 소비’ 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MZ세대를 위한 맞춤 공간인 것이다. 특히 명품 뷰티 상품은 고물가 시대에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10만원 미만 최적의 상품이기도 하다.

샤넬은 지난해에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아이스링크장을 오픈해 운영했다. 반면 올해에는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프라이빗하게 진행되는 샤넬의 조향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한다. 조향 마스터클래스 관련 이미지. [샤넬 제공]
샤넬은 지난해에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아이스링크장을 오픈해 운영했다. 반면 올해에는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프라이빗하게 진행되는 샤넬의 조향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한다. 조향 마스터클래스 관련 이미지. [샤넬 제공]

익명을 요청한 명품 뷰티 브랜드 마케터는 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북촌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브랜드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북촌은 도심 속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다.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다. 그것도 ‘남보다 잘났다’가 아닌, ‘남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시대에 상품이 세상에 나가서 팔리려면 분위기, 디자인, 공간은 물론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까지 고려한 차별화된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샤넬은 1년 만에 크리스마스 마케팅 방향이 뒤바뀌었다. 샤넬은 지난해만 해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야외광장에서 N°5(넘버5) 아이스링크를 운영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비뉴엘 포함)과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1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아이스링크 입장권을 제공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커머스 채널인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손잡고, 샤넬 상품 온라인 구매자 대상으로 N°5 등 샤넬 향수가 진열된 오프라인 체험 공간에 지정된 시간에만 입장 가능토록 했다. ‘당신에게만’ 선사하는 특별함이 강조된 것이다.

북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흙 눈 꽃-설화, 다시 피어나다’ 전시가 열린 곳이다. 해당 전시는 입소문을 타고 4일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 달간 무려 1만600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했다. 전시 마지막 날에는 설화수 홍보대사인 블랙핑크 로제도 찾았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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