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러시아에 수감됐던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석방됐다. 미국은 대신 러시아 무기상을 넘겨줬다.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그라이너가 UAE아부다비에서 미국 측에 인계돼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라이너가 곧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기하던 그라이너의 동성 부인은 그라이너와 통화를 한 뒤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라이너는 지난 2월 러시아에 입국하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지병 치료를 위한 의료용 대마초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법원은 올해 8월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러시아 측 역시 외무부 성명을 통해 그라이너를 석방한 사실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대신 미국에 수감돼 있던 자국 국적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돌려받게 됐다.
옛 소련군 장교 출신인 부트는 아프가니스탄과 라이베리아 등 분쟁지역에서 무기 밀매를 해온 인물로 ‘죽음의 상인’이라 불린다. 2008년 콜롬비아에서 무기 판매를 시도하다 미국에 체포된 그는 2012년 살인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당초 미 법무부는 부트를 교환 대상자로 올리는 것을 반대했지만 러시아가 부트를 고집한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면서 협상이 진행됐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브리트니 석방의 유일한 방법은 부트 석방뿐이란 걸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교환이 악명 높은 범죄자 석방의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는 “이번 교환은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선물”이라며 “미국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에 수감돼 교환 논의가 오가던 미국인 폴 휠런은 이번 석방 협상에서 제외됐다.
미 해병대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인 휠런은 2020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러시아는 휠런이 스파이란 점에서 그라이너와는 다르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CNBC방송은 협상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휠런의 석방 대가로 미국에 구금된 러시아 스파이 맞교환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수감하고 있는 러시아 스파이가 없기 때문에 교환 방식의 협상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그라이너 석방 소식과 함께 휠런의 석방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