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낮아진 저축 경고하는 美금융 거물들…소비둔화→경기침체 도화선 우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 금융계 거물들이 잇따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저축 문제가 크게 대두됐다. 쌓아둔 저축이 소진되면 소비가 줄고 이는 결국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침체가 더 크고,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6일(현지시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국 경기 침체를 언급하면서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이 내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가 초과저축을 소진하는 것은 물론, 초과저축의 실질가치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훼손된다는 것이 다이먼의 설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정부 지원으로 유지됐던 소비자의 지갑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얄팍해지는 것이다.

실제 미국 저축률은 올해 들어 줄곧 낮아져 급기야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가처분 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기간 한 때 30%를 웃돌 정도로 치솟았지만 10월엔 2.3%로 떨어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소비지출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지급된 정부 지원금과 돈 쓸 일이 줄어들면서 모아둔 여윳돈을 마치 저금통에서 빼 쓰듯이 하는 것이다.

다이먼은 이렇게 유지되는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내년엔 소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간 지출액과 가처분소득 대비 초과저축 비율은 이미 9월 나란히 100%를 밑돌기 시작했다. 10월 말에는 각각 92.7%, 90.6%를 기록하며 최근 6개월 새 빠르게 낮아졌다. 이대로라면 월간 지출액과 가처분소득 대비 초과저축 비율은 5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이 소비를 지지해줘 미국 경기가 심각한 침체는 겪지 않을 것이란 굳건한 믿음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앞서 고용지표 발표에서도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 관련 고용은 좋게 나왔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인한 보복소비 등이 서비스업과 관련한 소비를 부추긴 결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저축이 바닥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면 여러 지표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던 낙관론자들도 버틸 수 없다.

[로이터]

이미 소비 둔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같은 날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는 개인 고객들의 예금 잔액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CEO 역시 소비자들의 재량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초과저축이 아직 여유가 있을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은 이미 초과저축이 바닥나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리차드 페어뱅크 캐피털원파이낸셜 CEO는 저소득층이 지출을 줄여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으며 로저 호스차일드 디스커버리파이낸셜서비스 CEO는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뿐 아니라 유통·제조업체 등도 예외가 아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몇 달 째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으면서 고객들이 예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전자제품과 장난감 같은 일부 소비품목의 소비는 더 보수적이 됐다"고 밝혔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CEO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비즈니스 여행 수요는 꾸준히 반등하고 있지만 여행자 수요는 정체되고 있다면서 "이는 불황을 앞둔 모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고갈된 저축과 이로 인한 소비 둔화가 고용 위축까지 이어져 결국 더 고통스러운 경기침체를 불러올지 여부다. 일부 거대 기술기업의 대량해고에도 높은 구인율과 이직율 등을 이유로 오히려 노동시장 과열을 걱정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미 모건스탠리가 전체 직원의 2%에 해당하는 1600명 감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이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역시 감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모니한은 퇴사가 줄어들면서 채용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온통 정신이 팔린 연준은 저축 소진이 불러올 고용 둔화와 이로 인한 경기 향방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판이다. 통화정책은 한층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호스차일드는 급여를 받고 나서야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상황에서 연준이 올해처럼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리사 샬럿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자들의 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며 "2023년을 앞두고 모든 것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