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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타르 월드컵이 보여준 기후변화 위기…건강·건설·경기 모두 피해
카타르 도하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절정을 향해 치달으며 전지구적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기후변화의 재앙도 피부로 와닿고 있다. 경기장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폭염으로 인해 건강을 해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더 이상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선 축구는 커녕 일상 생활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데 동원된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만성 신장 질환이 유행했다며 "가장 더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힘들게 일하는데 드는 건강 비용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지난 2010년 월드컵 유치가 확정된 뒤 150만명 이상의 각국 선수와 축구팬 등을 수용하기 위해 경기장과 호텔, 교통망 등을 확장했다. 중동과 중앙아메리카, 인도 등에서 오일머니를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유입됐다.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 모습 [로이터]

문제는 2010년 이후 카타르의 여름 평균 최고 기온은 1.4도나 증가했단 것이다. 중동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된 지역이다.

지난 2020년 사이언스 어드밴스지는 이대로라면 2100년이 되면 중동 지역은 '생존 가능한 기온'의 상단을 뛰어넘어 하루에 단 몇 시간만 외부 활동이 가능한 지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일부 지역도 극도의 폭염과 열 스트레스(Heat stress)가 일반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카타르는 섭씨 38도에 달할 정도로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야외 작업 시간 제한을 풀어 더 많은 시간 동안 노동자들이 바깥에서 일을 하도록 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 지역에서 인간이 얼마나 더위를 견딘 채 건설 일을 더 할 수 있는지 불안한 의문을 던지게 했다.

그리고 그 의문은 현실의 고통으로 증명되고 있다.

국제 환경·보건연구 기관인 라이슬라 네트워크의 제이슨 글레이저 최고경영자(CEO)는 "카타르에서 월드컵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고국을 떠날 땐 건강했지만 극심한 온도와 잔혹한 환경에 노출된 뒤 신장 질환을 안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더운 곳에서 과도한 작업에 시달리는 중앙 아메리카의 사탕수수 근로자들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이미 폭염에서의 작업과 신장 질환 발병률 사이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립신장재단에 따르면 열스트레스는 탈수증에서부터 전체 대사 시스템 정지까지, 신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더 심해지고 폭염이 빈번해지면서 신장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해 전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카타르 월드컵은 축구선수들이 더위로 얼마나 고통 받게될 지 보여줬다.

지난달 잉글랜드와 미국 간 조별리그 경기가 문제였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은 대형 냉방 시스템을 통해 한낮인 오후 1시와 4시에 열리는 경기에서도 경기장 안은 섭씨 24도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경기가 비교적 선선한 저녁 시간에 열린다는 이유로 냉방 시스템을 꺼버렸다. 이 때문에 많은 잉글랜드 선수들이 이란을 6-2로 꺾을 때보다 훨씬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잉글랜드는 미국과 당시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모습 [AFP]

또 경기장 안은 시원할지 몰라도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훈련장은 땡볕에 노출된 탓에 폭염의 위력을 고스란히 체감해야 했다.

앞서 무더위 속에 진행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평균 섭씨 16도에서 운동할 때와 달리 운동능력이 평균적으로 25% 가량 저하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폭염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로 확산되면 축구 같은 야외 운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선수들이 폭염에서 경기하는 것과 관련해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하는 등 기후변화가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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