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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업비트와 위메이드, 그리고 황야의 무법자
가산자산 관련 법규 없어
잘못과 처벌의 균형 부재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
결국 법원이 기준 만들듯
시간 필요, 당분간 또 無法

1964년 개봉된 ‘황야의 무법자’는 배경만 보면 미국 서부지만 사실 유럽자본으로 유럽에서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다. 주연은 미국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탈리아인 세르조 제로네다. 음악도 그 유명한 엔리오 모리꼬네가 맡았다.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미국의 정통 서부극은 비교적 선악 구분이 뚜렷하다. 스파게티 웨스턴에서는 주인공이란 점을 제외하면 사실 누가 악당인지 모호하다. 미국의 정통 서부극 보다 현실에 좀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세기 서부는 법보다 총이 앞섰다. 돈 몇 푼에 사람이 죽었고, 죄를 지으면 교수형에 처해졌다. ‘황야의 무법자’ 원제목도 ‘달러 한 뭉치(A Fistful of dollars)’다.

‘황야의 무법자’ 원작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일본 영화 ‘요짐보(用心棒)’다. 봉건시대 돈 몇 푼에 사람을 죽이던 일본 사무라이 얘기를 칼에서 총으로 바꾼 정도다. 서양 영화의 대표적인 장르가 동양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땄다. 법이 없으면 약육강식인 것은 동서 구분이 없는 셈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가상자산 위믹스를 발행하는 위메이드가 한판 결투를 벌일 모양이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통량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비트 등 5대 가상자산거래소들의 모임인 닥사(DAXA)가 최근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하면서다.

일단 위메이드가 유통량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잘못은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위메이드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충분히 노력했는지와 그에 따른 업비트 등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적절한지다. 위메이드는 잘못에 비해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업비트는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특정금융거래법 상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다. 가상자산 사업자나 가상자산 거래는 ‘금융’이 아닌 ‘금융 등’에 해당한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의무나 거래지원과 관련한 그 어떤 법규도 없다.

가장 포괄적인 민법을 적용하면 업비트와 위메이드는 민법 상 계약에 의해 상대방에 의무를 다하는 관계다. 거래지원 종료는 계약위반에 따른 일방의 결정이다. 미리 정한 서로에 대한 의무를 정말 위반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중요해 보인다.

업비트가 밝히고 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지원 종료 사유는 다음의 7가지다.

△ 법령위반 또는 정부·유관기관의 지시·정책

△ 실제 사용 사례가 부적절하거나 사용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

△ 기반 기술에 취약성이 발견되는 경우

△ 더이상 원래의 개발팀이나 다른 이들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 거래지원 개시 당시 맺었던 조건 및 협약서를 개발팀 또는 관계자들이 위반한 경우

△ 사용자들의 불만이 계속적으로 접수되는 경우

△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 등이다.

위믹스는 다섯 번째와 일곱 번째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판단 근거가 될 정량적 기준이 모호하다.

가상자산 거래 체계는 증권과 가장 비슷하다. 법원도 이 둘을 비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거래소가 증권시장에 상장할 증권의 심사 및 상장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증권상장규정을 정하여야 하며 △상장기준 및 상장심사에 관한 사항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 △매매거래정지와 그 해제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규정은 관리종목 지정 후 1년 이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으로 인한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 되거나,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 고의나 중과실로 공시의무를 위반하여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믹스가 유통량을 제때 제대로 공시하지 못한 것이 위메이드의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항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한국거래소 규정이 ‘경영에 중대한 영향’에 방점을 둔 이유는 투자자 보호 때문이다. 공시 위반이 투자자들에 큰 피해를 준 것이라면 상장을 폐지할 만하다는 뜻이다.

공시에서 누락돼 초과 유통된 위믹스 갯수는 7200만개로 총 발행량 10억개 대비 7% 남짓이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토큰 유동화 및 지급에 따라 장부에 반영한 선수수익은 9월말 기준 4355억원이다. 7%면 약 310억원이다. 위메이드 총 자산(1조3411억원) 대비 2.3%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와 관련 논란이 됐던 기업들은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오스템임플란트 등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주력신약의 성분재료 허위기재가, 신라젠은 전직 임원의 횡령과 배임 등이 원인이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원의 대규모 횡령사건 때문이었다. 결국 상장폐지 된 곳은 없다.

한국거래소 사례를 보면 그 동안 상장폐지 된 종목들은 존속한다도 해도 투자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거의 없었던 기업들이다. 한국거래소는 회사 측의 잘못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상장 폐지로 투자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면 거래를 지속하도록 하는 판단을 내려왔다.

민사집행법(300조)에서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현상이 바뀌면 당사자가 권리를 실행하지 못하거나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한다고 돼있다. 업비트 등의 위믹스에 대한 거래지원 종료가 일단 진행되면, 향후 거래지원 종료가 잘못된 결정으로 최종 법적 판단이 난 경우 위메이드 측이 이를 되돌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위믹스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법원이 일단 위메이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위믹스는 업비트 등에서 거래중지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본안 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거래지원 중단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법원은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가처분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법 상태인 가상자산 생태계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지다. 루나·테라나 FTX 사태와 달리 진앙도 해외가 아닌 국내다. 천문학적 자금이 몰린 가상자산 시장이지만 제대로 된 질서가 존재하지 않아 힘의 논리로 결정이 이뤄진다면 투자자는 언제든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치권이 질질 끌던 가상자산 법제화 문제가 결국 법원으로 가게 됐다. 대법원에서 가상자산과 가상자산거래소, 코인 발행사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해진다면 법제화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최종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게 오래다. 무법의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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