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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 이후 일한 날은 하루”…올스톱 파장에 일용직 일거리도 ‘뚝’
일용직 노동자 절반 이상 빈손으로 귀가
시멘트운송량 회복해도 일거리 늘기까진 시간 걸려
평소 인력투입 150명…파업 이후엔 60명 정도
정유업계도 비상…주유소 운영중단 임박
김문식 “‘재고 소진’ 주유소 속출…수요일 전까진 풀려야”
5일 오전 5시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화물연대가 지난달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한 지 12일째인 이날 건설현장에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배두헌 기자] “오늘도 허탕이네. 일찍 나와도 소용이 없네.”

5일 오전 5시께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일대에서 봉고차를 기다리던 일용직 노동자 현모(57) 씨는 현장을 떠날 준비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현씨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뒤로 정상적으로 일거리를 구한 날은 고작 하루”라며 씁쓸해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지 12일째에 접어들면서 조합원들의 운송 거부로 인한 파장이 일용직 노동자들로 번지고 있다. 일선에 있는 노동자들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일자리가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시멘트 운송량은 회복세에 들었지만 일거리가 늘어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로구에서 10년 넘게 일용직을 구했던 이모 씨는 “파업이 시작된 이후로 일을 이틀밖에 하지 못했다”며 “일을 하는 날이 줄어들수록 씀씀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오전 6시에 다다르자 남구로역 일대에 있던 일용직 노동자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일용직 노동자 현모 씨는 “보통 오전 5시30분만 돼도 일거리를 찾은 사람들이 빠져 거리가 한산해진다”며 “지금 떠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일을 구하지 못해 떠나는 경우다. 더 추워지기 전에 파업이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들은 콘크리트 운송량이 점차 이전만큼 돌아오고 있어도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는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에 그 전까지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거리는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파업이 시작된 뒤로 건설업계에서 요구하는 인력이 평소보다 70% 정도 줄었다. 그나마 콘크리트 뼈대를 올린 현장이 있어 이 정도 일거리라도 생기는 것”이라며 “새로 굳힌 콘크리트가 없으니 파업이 끝나고 새로 콘크리트를 부어도 일거리가 생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같은 일대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백종훈 씨는 “하루평균 150명 정도 일터로 보냈는데 파업이 시작된 이후로는 60명 정도로 뚝 떨어졌다”며 “콘크리트작업을 하는 인력들이 현재 파업으로 인해 일거리가 없어 다른 일용직을 알아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멘트 운송량이 다시 늘어나도 현장에서 콘크리트가 굳어야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콘크리트가 굳기 전까진 일거리가 생기지 않아 앞으로 2주 이상은 일거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4일 경북 구미시의 한 물류단지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연합]

정유업계도 장기간의 운송 거부로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총 88개소였다. 실제 주유소를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재고 부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장사를 접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오모 씨는 “부족한 재고로도 장사를 이어가야 하기에 휘발윳값을 ℓ당 1835원까지 올렸다. 다른 곳들보다 50원 이상 올린 수준”이라며 “앞으로 3~4일 내에 재료가 소진되면 직원들을 출근시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재고가 소진된 부분이 아직은 일시적이긴 하지만 수송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잠시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수요일 전까지는 파업이 끝나야 문을 닫는 주유소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시멘트에 이어 정유·철강 운송 분야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준비하는 등 초강경 대응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와 노조 간 대화와 교섭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운송 거부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유가보조금 지급을 1년 제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 1년간 제외하는 등의 고강도 제재방안도 내놨다. 정상 운송을 하는 차주를 협박하거나 진입로 통행을 방해하는 조합원에 대해 관련 법을 개정해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취소하고, 2년 내 재취득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화물연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등에 대해 진정성 있는 논의를 풀어가야 할 정부가 노조의 ‘백기투항’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상위 조직인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문제에 대해 전향적이고 진전된 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교섭에 임했음에도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 건 정부”라며 “출구전략을 우리에게 내라고 한다면 그건 백기투항하라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는 국정운영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정부가 얻을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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