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또 ‘모르쇠’ 일관한 FTX 창업자…‘감옥가라’ 비난 거세져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가운데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회사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몰랐다며 또 변명을 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뱅크먼-프리드가 인터뷰를 통해 FTX와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 간 자금거래에 대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뱅크먼-프리드의 바하마 거처에서 진행됐다.

뱅크먼-프리드는 창업 초기 FTX가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FTX 고객들은 FTX계좌에 입금하는 것처럼 알라메다가 관리하는 은행 계좌에 돈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알라메다 계좌로 흘러간 FTX 고객 돈은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돈의 행방이 묘연하단 것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알라메다 송금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도 추측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추척이 가능한 1달러 지폐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WSJ은 뱅크먼-프리드의 주장대로라면 FTX 고객 자금은 FTX와 알라메다 재무상태표에 이중으로 기록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먼-프리드 역시 알라메다 부채가 완전히 기재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책임있게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뱅크먼-프리드의 태도는 실수는 인정하지만 고의는 아니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알라메다 경영에서 물러났고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WSJ은 그가 알라메다 지분의 90%를 소유한 최대주주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그는 FTX 일로 너무 바빠 알라메다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알라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을 만큼 충분히 머리가 돌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또 자신이 사기를 저질렀거나 고의로 고객 자금을 유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의로 돈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실수라고 강조하면서 "나도 다른 사람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면 비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는 파파라치를 피해 바하마의 고급 주거단지에 있는 아파트에 틀어박혀 지낸다고 밝혔다.

한편 FTX 파산보호 신청으로 FTX의 부실하기 짝이 없던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미국 재계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FTX가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회계부서도, 제대로 돌아가는 인적자원 관리 부서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법인 자금으로 호화 부동산을 사들였지만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 직원 명단조차도 없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뱅크먼-프리드 퇴진 이후 FTX 새 최고경영자(CEO)로 존 레이가 등판한 것을 두고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는 21년 전 역대 최악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꼽히는 엔론 사태를 수습한 인물이다.

그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기업 통제는 완전히 살패했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정보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를 향한 비판은 가열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코인 억만장자'인 마이크 노보그래츠 갤럭시디지털홀딩스 CEO는 블룸버그TV에 나와 "뱅크먼-프리드는 사기를 저질렀다"며 "그는 기소돼야 하고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의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 "믿을만 하다"며 한때 그를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던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 설명이 완전히 잘못 해석됐다"며 태도를 바꿨다.

그는 "내 트윗을 뱅크먼-프리드 지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애크먼은 FTX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끔찍하고 거대한 업무상 중대 과실"이라며 "뱅크먼-프리드는 형사적 책임보다는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감옥에 가길 바라는 많은 피해자처럼 나 역시 피해를 봤다면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