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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합성생물학 육성법 필요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약 2억3000만킬로베이스의 합성 DNA가 생산되고, DNA 1g이 가진 정보량은 약 700테라바이트에 달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데이터의 양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자동차가 자율주행기술과 만나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있듯이 바이오 분야에서도 로봇을 이용해 실험을 고속으로 자동화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AI로 분석하고 후속 실험을 제안하는 합성생물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동화된 실험실(바이오파운드리)을 자율주행차의 개념을 빌려 ‘자율주행랩(Self-driving lab)’이라고 부른다.

합성생물학은 ‘설계-반복-개선’의 공학원리를 도입해 인공적으로 생명 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그간 바이오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생산성과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으로 보면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가 경험에 기초한 농부 영역에서 근거의 과학 영역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산업적으로도 매우 빠르게 성장해 2031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7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국가 간 기술패권경쟁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여름 첨단 기술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반도체 및 과학법’을 제정했다. 특히 이 안에는 ‘바이오경제연구개발법’이 담겨 합성생물학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관계부처의 역할을 규정했다.

중국도 유럽이 19세기에 제조산업으로, 미국이 20세기에 IT기술로 패권을 가졌듯이 ‘21세기는 중국이 바이오로 승리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그 중심에 합성생물학이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바이오 제조 혁신을 위한 합성생물학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고, 최근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합성생물학을 포함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합성생물학을 전략 분야의 하나로 선정하고, 10여년 전부터 세계 수준의 연구그룹으로 육성,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전담조직을 전문연구소 체제로 확대했다. 또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한국합성생물학발전협의회’의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고 있으며, 다음달 미국의 7개 국립연구소의 컨소시엄으로 운영되는 Agile 바이오파운드리와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고, 세계적인 석학인 제이 키슬링 교수 등을 초청해 한·미 국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합성생물학을 통해 국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개발과 함께 인력 양성 및 산업 육성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입법정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제도 경쟁력에도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법 제도는 혁신을 지배하는 원리이자 기술혁신의 숨겨진 열쇠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전자 변형 생물체와 합성생물학 산물과의 관계 설정도 본격 논의돼야 한다. 2000년 카르타헤나의정서 채택 당시 유전자 변형 생물체는 유전자 한두 개를 삽입하거나 기능을 없애는 것이었다면, 현재 합성생물학은 개체 전체를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기술이 잘 착근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개발, 기반 구축 등을 위한 사회경제적 시스템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며, 새로운 법률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우리 과거와의 작별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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