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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A가 닮았다...공예장인 만난 명품 ‘우아한 앙상블’
글로벌 브랜드·K컬처 협업 붐
스코틀랜드 정통수제 위스키 발베니
한국 장인·공예작가 12인과 전시회
샤넬은 북촌 예올가와 공동 프로젝트
바바그룹도 온·오프 통해 작가 소개
“아이템 달라도 장인정신 공유 공감대”
스코틀랜드 정통 수제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 발베니가 한국 장인 및 공예작가 12인과 함께한 ‘발베니 메이커스’전시회 전경(왼쪽)과 롯데백화점 본점 아이잗바바 매장에서 열린 아트프로젝트 전경.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바바그룹 제공]

서울 가회동 한씨의 고택인 휘겸재. 시 지정문화재이기도 한 이 한옥에 오크향 가득한 공예전시가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열렸다. 스코틀랜드 정통 수제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인 발베니가 한국 장인·공예작가 12인과 함께 ‘발베니 메이커스’전시를 개최한 것이다.

위스키와 한국공예는 한 편의 우아한 앙상블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선자장 기능 보유자인 김동식은 발베니의 위스키 숙성통을 활용한 ‘오크 합죽선’을, 공예작가 권중모는 오크통 틀에 위스키로 물들인 한지를 달아 조명을 제작했다. 그런가하면 말총을 소재로 작업하는 정다혜 작가는 잔에 따랐을때 휘발하는 위스키 향을 물결 모양의 진동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오랜시간 타협하지 않은 장인정신 끝에 탄생하는 공예작품은 보리재배부터 몰팅, 증류, 병입까지 전통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발베니의 그것과 닮아있다. 발베니는 한국의 장인, 작가들과 만나 예술의 본질과 가치, 과정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발베니 메이커스’프로젝트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촌 예올가에서는 샤넬과 재단법인 예올의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오는 12월 15일까지 열리는 예올의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 프로젝트는 샤넬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샤넬은 앞으로 5년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예올의 대표적 전통공예 후원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매년 장인과 공예인을 선정하고 지속가능한 공예품을 기획, 개발, 모델링, 생산 및 배포를 지원한다. 올해는 금박장 박수영과 옻칠공예가 유남권이 선정 ‘반짝거림의 깊이에 관하여’전이 열리고 있다.

박수영 장인은 건축가 임태희와 협업해 금박을 현대적으로 변용했다. 모빌로 제작한 금박은 흔들거리며 또 반짝거리며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바람이나 손 끝의 터치에 따라 움직이는 공예품은 한편의 시 처럼 아름답다. 옻칠공예가 유남권은 기물을 옻칠로 마감하는 전통기법인 ‘지태칠기’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붓질로 옻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표현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만 공예에 공들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 라이프스타일기업인 바바그룹도 공예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을 오픈했다. 아이잗바바, 지고트 등을 전개하는 바바그룹은 온·오프라인에서 공예작가들을 소개한다. 지난 10월엔 롯데백화점 본점 아이잗바바 매장에서 이누리 도예가, 금속공예가 스투디오 포의 작업을 전시 및 판매했다. 또한 매주 1명의 공예작가를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바바더컬쳐’도 지난 10월부터 운영중이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예술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는 행보를 지속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공예가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일까. 유행처럼 번지던 아트 컬래버레이션에 이어 공예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처럼 보인다.

허영희 이화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럭셔리 브랜드의 DNA와 공예의 DNA가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100년 넘게 지켜온 장인정신에서 시작한다. 공예 장인들도 스스로의 기준점을 높여가며 작품을 만들어낸다. 제작하는 아이템이 다를지라도 같은 ‘장인정신’을 공유하기에 이들의 협업은 보는이들의 공감을 쉽게 끌어낸다. 허 교수는 “럭셔리 브랜드의 출발이 공예장인이었다. 이미 만들어 봤기 때문에, 공예의 가치를 더 잘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공예에 대한 러브콜이다. K-팝을 위시한 K-컬쳐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이 커져서인지 공예에 대한 인지도도 올라갔다.

덴마크 명품 가구인 프리츠 한센은 창립 150주년을 기념전을 서울에서도 열고, 이를 기회로 한국 장인들과 컬래버레이션한 특별 가구를 선보였다.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는 2016년부터 공예작가를 후원하는 로에베 크래프트 어워드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우승자는 말총공예 작품을 출품한 정다혜 작가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재단 관계자는 “한국공예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그 요청이 더 많아졌다”며 “젊은 작가들의 현대적 미감이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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